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 같았지만, 마지막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지난달, 시에 거주하는 30세 취업 준비생 A씨는 반복되는 서류 탈락과 면접 실패, 경제적 압박 속에서 극심한 우울감에 시달렸다.
삶을 포기하려던 순간, 그의 손끝이 닿은 것은 ‘화성특례시 자살예방 핫라인’이었다. 상담사의 차분한 목소리와 구체적인 지원 안내는 그를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게 했다.
A씨는 따뜻한 대화 속에서 서서히 마음의 짐을 내려놓았고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작은 안도감은 새로운 희망의 불씨가 되었고 그는 삶을 다시 이어갈 용기를 조금씩 되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 그는 ▲청년 커뮤니티 활동 ▲진로 탐색 프로그램 ▲취업 특강 등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은 A씨가 처음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적성에 맞는 직업을 진지하게 고민하며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전환점이 됐다.
경기도 내 자살률은 여전히 전국 평균을 상회하며, 특히 화성특례시는 신도시와 농촌이 혼재해 사회적 고립감과 경제적 스트레스가 중첩되는 지역이다. 청년층은 취업 실패, 학자금 부담, 사회적 기대 등 다층적 압박에 취약하다.
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청년층의 위기 신호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며 “핫라인은 이런 ‘보이지 않는 위험’을 조기에 발견하는 중요한 통로”라고 말했다.
이 같은 자살예방센터 사례는 상담 지원을 넘어선 ‘적극행정’의 힘을 보여준다. 시가 위기 상황에 놓인 시민을 끝까지 책임지고 필요한 자원과 기관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결과 개인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화성특례시는 지난 2022년 전국 기초지자체 최초로 자살예방종합대책의 일환으로 ‘화성특례시 자살예방 핫라인을 개설했다.
24시간 운영되며 전문 상담사와 임상심리사가 상주해 위기 상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경찰·119·응급의료기관과 연계한다.
센터 상담사들은 하루에도 수십 건의 절박한 전화를 받는다.
이들은 “청년층은 특히 ‘마지막 기회’라는 마음으로 전화를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고 말한다.
그 결과 현재까지 총 1687명의 소중한 생명을 지켜내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센터는 상담뿐만 아니라 ▲자살 고위험군 발굴·개입·사후관리 ▲생애주기별 맞춤형 서비스 ▲생명지킴이 양성 ▲시민정신건강체험관 및 마음안심버스 운영 ▲자살유족지원 등 다양한 자살예방사업 활동을 전개 중이다.
이같은 화성특례시의 자살예방 정책이 보건복지부 및 한국정책학회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국정책학회가 주관한 ‘제14회 한국정책대상’에서 지방자치단체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보건복지부가 개최한 ‘2025년 자살예방의 날’ 기념 행사에서는 자살예방시행계획 우수 기초지자체로 선정돼 장관 표창을 받았다.
시 관계자는 “정책의 성과가 대외적으로 인정받으면서 다른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화성시자살예방센터는 시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9월에는 기존 동탄7동 행정복지센터 2층에서 동탄호수공원 주차타워 지하 2층으로 이전했다.
이전 후 정구원 제1부시장을 ‘자살예방관’으로 임명하고, ‘자살대책추진본부’을 공식 출범했다. 서부보건소 보건정책과를 주관 부서로 하고 9개 유관 부서가 함께 참여하는 대책추진본부는 지역 맞춤형 자살예방사업을 전국 표준 모델로 정착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시는 올해는 이러한 사업을 한 단계 확장해 30여 명의 시민상담가로 구성된 전문봉사단을 새롭게 모집한다. 전문봉사단은 체계적인 교육을 거쳐 시민 정신건강 지원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또한, 경찰·소방 등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응급실 내원 자살 시도자 및 유족 지원 등 현장 밀착형 사업을 확대해 생명 안전망을 더욱 촘촘히 다져갈 계획이다.
한편, 우울감 또는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 같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화성시장 핫라인으로 연락하면 전문 상담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정명근 화성특례시장은 “민선8기 첫 결재가 바로 자살예방 핫라인 설치였다. 이는 자살이 결코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 모두가 함께 책임지고 품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살 위기에 놓인 단 한 분의 시민이라도 반드시 지켜내겠다”며,시민 생명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행정의 시작과 끝은 생명입니다” – 정명근 화성특례시장의 자살예방 정책 철학(인터뷰)

“생명은 포기할 수 없는 가치입니다”
정명근 화성특례시장(사진)은 '자살예방 핫라인' 개설 배경과 의미를 이렇게 말했다.
시는 2022년, 전국 기초지자체 최초로 자살예방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생명 존중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핵심 사업으로 ‘자살예방 핫라인’을 개설했다.
이 획기적인 정책은 단순한 상담을 넘어 위기 상황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구조 체계를 갖췄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개설 이후 현재까지 이 핫라인을 통해 무려 1687명의 시민이 극단적인 선택의 문턱에서 다시 삶을 선택할 수 있었다. 이 정책을 추진한 정명근 화성특례시장에게 그 의미와 성과를 들어봤다.
-자살예방 핫라인이 실질적인 성과를 냈다는 보도에 대해. 소회를 들려주신다면?
"그 수치를 처음 보고 저도 가슴이 벅찼다. 1687명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각자의 사연과 고통을 안고 있던 사람들이었고, 우리가 적절한 순간에 손을 잡아드릴 수 있었다. 한 사람의 생명을 지켜낸다는 것은, 그 가족과 이웃, 공동체 모두를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살예방 핫라인 개설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우선, 한 사람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 가치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극단적 선택에 이르는 분들을 외면하거나 사후 대처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화성특례시도 예외가 아니더군요. 그래서 생각했다.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래서 1호 결재로 '자살예방 핫라인'을 선택했다. 핫라인은 단순한 전화번호가 아니다. ‘지금,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믿음을 주는 생명선이다."
-핫라인이 기존 상담 시스템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기존의 정신건강 상담은 본인이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핫라인은 위기 징후를 조기에 감지하고, 필요시 현장으로 전문가가 직접 찾아가는 체계를 갖췄다. 24시간 가동되는 이 시스템은 전문 상담사와 임상심리사가 대응하고 응급상황 시에는 경찰·119와 연계해 즉각 출동한다. 이 시스템이 있었기에 많은 생명을 지켜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시는 자살예방을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계획인가요?
"자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가족, 지역이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앞으로도 화성특례시는 학교, 직장, 군부대 등 다양한 생활 영역에서 자살 예방 교육을 확대할 것이다. 특히 AI 기반 위기 감지 시스템 도입도 준비 중이다. 무엇보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라는 메시지를 시민 모두가 체감할 수 있도록 행정의 모든 영역에서 생명존중 정책을 지속해 나가겠다."
정명근 시장은 인터뷰 내내 "정책은 사람을 살리는 도구"라고 강조했다. 전국 최초로 자살예방 핫라인을 구축한 그의 결단은, 단순히 한 도시의 복지 정책을 넘어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생명안전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경기신문 = 최순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