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의 5주기 추도식이 24일 경기도 수원 가족 선영에서 엄수된다. 추도식에는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명예관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유족과 전·현직 경영진 150여 명이 참석한다. 추도식 후에는 이재용 회장과 관계사 사장단이 삼성 인력개발원에서 오찬을 갖고 고인을 기린다.
이번 5주기를 계기로 고인이 남긴 ‘KH 유산’의 가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유족들은 고인의 뜻을 이어 2021년부터 미술품 기증과 의료 기부를 통해 사회 환원을 실천해왔다. 선대회장이 평생 모은 문화재와 미술품 2만 3000여점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지역 미술관에 기증됐고, 소아암·희귀질환 지원과 감염병 대응을 위해 1조 원을 기부했다.
국보 14건, 보물 46건 등 지정문화재 2만 1600점은 국립중앙박물관에, 근대작품 1600여점은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됐다. 제주·강원·전남·광주·대구 등 지역 미술관에도 143점이 전달돼 지역 문화 수준 향상에 기여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2021년부터 35회에 걸쳐 ‘이건희 컬렉션’ 순회전을 열었고, 350만 명 이상이 관람했다.
유족들의 기부는 의료 분야에서도 큰 발자취를 남겼다.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에 3000억 원을 쾌척, 전국 160여 개 병원과 1000여 의료진이 참여하는 장기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감염병 극복을 위해 7000억 원을 투입,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과 연구 인프라 확충에 활용된다.
이처럼 고인의 유산은 단순한 기증을 넘어 사회 기부 선순환을 촉진했다. 삼성뿐 아니라 BTS 정국, 가수 이승기 등 유명 인사들도 유사한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미술계에서는 ‘이건희 컬렉션’이 국내 미술시장을 활성화하고 한국 작가들의 세계 진출 기회를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한다.
고인은 생전 “문화적 소양이 사람들의 일상에서 자라나야 한다”며 문화 향유와 예술인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철학은 미술품 기증, ‘삼성호암상’ 제정, 재능 있는 인재 해외 연수 지원 등 다양한 형태로 이어졌다.
오는 11월부터 ‘이건희 컬렉션’은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 시카고미술관, 2026년 대영박물관 등 세계 유명 박물관에서 순차적으로 전시될 예정이다. 국내외 미술계와 국민들에게 고인의 문화적 유산과 사회적 기여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