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자 대형 건설사들이 신재생에너지와 수소·암모니아 등 차세대 에너지 산업으로 발 빠르게 사업 축을 옮기고 있다. 고금리·원자재값 상승·미분양 확대가 겹치며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되자, 주택을 대체할 새 성장동력 확보에 사활을 건 모양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호주를 거점으로 대규모 태양광·풍력 발전 단지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그린수소 생산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 8월 호주 퀸즐랜드주 브리즈번에서 현지 에너지 기업 ‘라이온에너지’, 일본 DGA 에너지솔루션스 호주법인과 그린수소 공동 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브리즈번 항만에 연간 최대 300t의 그린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가 들어설 예정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인프라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며 “시공 중심에서 기술 기반 에너지 인프라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도 수소연료전지·해상풍력·CCUS(탄소포집·활용·저장)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며 에너지 사업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홍천양수발전소 1·2호기 공사를 수주하며 관련 기술력도 입증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글로벌 탄소중립 흐름이 본격화되면서 친환경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신사업 다각화를 통해 성장 기반을 재편 중”이라고 했다.
GS건설은 ‘무탄소 발전’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4월 포항시, HD현대인프라코어, 아모지(AMOGY) 등과 손잡고 포항 영일만산단 내에 청정 암모니아 기반 발전플랜트 조성에 나섰다. 암모니아를 연료로 쓰는 이 발전 설비는 탄소 배출 없이 전력을 생산할 수 있고, 설치 면적이 좁으며 액화수소 대비 경제성이 높아 데이터센터·대형 공장 등에서 활용도가 높다는 평가다.
GS건설 관계자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이라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며 “무탄소 전력 수요 확대에 맞춰 미래 에너지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사들이 앞다퉈 에너지 시장에 뛰어드는 배경엔 주택 시장 불확실성이 자리 잡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2021년 1만 7000가구에서 올해 8월 말 6만 6613가구로 급증했다. 준공 후 미분양만 2만 7000가구를 넘는다. 지난해 말(2만1480가구)과 비교하면 꾸준한 증가세다.
업계 관계자는 “주택사업 수익성이 급전직하한 상황에서, 기술력과 자본을 갖춘 대형 건설사에 에너지 산업은 가장 현실적인 돌파구”라며 “당분간 관련 투자와 사업 전환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