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넘어선 데 이어 장중 기록을 경신하며 새 역사를 썼다. 삼성전자는 장중 10만 원대를 돌파하며 이른바 ‘10만전자’ 시대를 열었다. 다만 시장 상승이 반도체 등 일부 대형주에 집중되고 외국인 자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개선 없이는 불안정한 강세장에 머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2.57% 오른 4042.83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지수도 2.22% 상승해 902.70으로 마감했다. 장 초반 외국인이 4000억 원대 순매수를 보이며 지수를 끌어올렸고, 기관도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장중 차익 실현에 나섰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상승을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장중 10만 1900원까지 오르며 액면분할 이후 처음 ‘10만 원의 벽’을 넘었고, 종가는 10만 2000원(3.24%↑)이었다. SK하이닉스 또한 4.90% 오른 53만 5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증권가는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가 실적 전망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글로벌 금융 환경의 변화도 한국 증시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을 밑돌며 금리 인하 기대가 커졌고, 미·중 무역갈등 완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높아졌다. 해외 주요 시장도 동반 강세를 보이며 투자 심리를 뒷받침했다.
코스피가 4000선을 넘어선 것은 지수 산출 42년 만이다. 1983년 1월 기준지수 100으로 출발한 후 1000선(1989년), 2000선(2007년), 3000선(2021년)을 차례로 돌파했으며 이번 4000선은 3→4000 전환 중 가장 짧은 기간(4년 10개월) 안에 달성된 기록이다.
다만 증시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반도체와 대형주에 쏠린 시가총액 편중, 환율 변동성,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등이 언제든 투자심리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무역협상 결과에 따라 외국인 수급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며 “원·달러 환율 안정 여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당장 4000선 안착 여부와 함께 5000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반도체 이익 모멘텀이 내년까지 유지된다면 5000포인트 달성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기업 실적 개선이 지속될 경우 사상 최고가 행진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 경기신문 = 공혜린 수습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