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전시] 천연 고무액 위에 새긴 하트, 사라짐과 생존의 경계를 말하다

2025.11.06 13:17:11 10면

강지율 개인전 '심장 위에 하트를 새긴 날'

 

경기도미술관 프로젝트갤러리에 들어서자마자 코끝을 스치는 낯선 냄새가 감각을 깨운다. 천연 고무액이 굳으며 풍기는 고약한 향은 불쾌하기보다 오히려 생생하다.

 

그 냄새 속에서 강지율의 작업은 살아 있는 듯 꿈틀댄다. 단단해졌다가 다시 녹아내리는 재료의 성질은 곧 삶과 죽음, 생성과 소멸의 순환을 닮았다.

 

작가는 그 냄새조차 전시의 일부로 삼으며 몸의 기억과 감각을 되살리는 ‘호흡의 예술’을 펼친다.

 

 

강지율 개인전 ‘심장 위에 하트를 새긴 날’은 질병과 죽음을 개인적 사건으로만 한정하지 않는다.

 

생애 첫 예술활동지원 작가로 선정된 그는 자전적 허구 서사를 통해 개인의 경험을 타인과 나누는 확장된 이야기로 이끌어낸다.

 

전시는 하트 모양의 흉터를 지닌 인물 ‘분홍’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분홍은 유방암의 상징인 핑크리본에서 비롯된 이름으로, 사랑과 상실 그리고 살아남은 이들의 공기를 품은 존재다.

 

작가는 그 빈자리에 하트를 새기며 어둠이 사랑의 빛으로 변할 수 있음을 말한다.

 

 

이번 전시는 드로잉, 판화,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든다. 관객은 단순히 ‘보는’ 행위에 머물지 않고 ‘만지고 듣는’ 감각으로 작품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천연 고무액 위에 주삿바늘로 새겨진 문장과 형상들은 고통과 치유, 기억과 소멸의 흔적을 동시에 담아낸다. 작가는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오가며 개인의 상처가 공동의 감각으로 이어지는 순간을 포착한다.

 

 

전시장 한켠에는 동명의 아티스트북 ‘분홍’이 놓여 있다. 관람객은 책을 직접 들고 걸으며 이야기를 읽는다. 죽음을 무겁게 바라보지 않고, 일상 속에서 함께 숨 쉬는 감각으로 되묻는 작업이다. 

 

이번 전시는 11월 9일까지 경기도미술관 프로젝트갤러리에서 진행된다. 자세한 내용은 경기도미술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 경기신문 = 류초원 기자 ]

류초원 기자 chowon@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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