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전시] 한국 수묵의 확장성과 미완의 정신을 조명하다

2025.11.20 14:40:06 10면

안상철미술관 - 화수미제(火水未濟)

 

수묵은 완성에 도달하지 않는 매체다. 번짐과 여백이 만들어내는 미완의 순간 속에서 한국화는 늘 새로운 방향을 찾아왔다.

 

안상철미술관 특별기획전 '화수미제'는 결성 25주년을 맞은 ‘회화 2000’이 미완의 정신을 오늘의 시각으로 재해석하며 전통 수묵의 동시대적 가치를 다시 묻는 자리다.

 

 

전시 제목 ‘화수미제(火水未濟)’는 주역 64괘 중 마지막 괘에서 가져온 말로 불과 물이 아직 조화를 이루지 못한 상태를 가리킨다.

 

완결되지 않았기에 변화가 가능하다는 의미를 지닌 제목은 전통 계승과 혁신의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오늘의 한국화 현실과 자연스럽게 맞닿는다.

 

여기서 ‘화(火)’와 ‘수(水)’는 동양화의 핵심 재료인 먹(墨)과 물(水)로 읽힌다. 먹은 나무를 태워 얻는 재료이기에 그 자체로 불을 품고 있으며 전시는 이러한 재료적 상징성을 ‘미완의 수묵’이라는 주제로 확장한다.

 

 

수묵은 한국화의 가장 오래된 재료이지만 동시에 가장 넓은 확장성을 지닌 매체로 평가받는다.해방 이후 서구화의 흐름 속에서 한국 동양화단은 정체성과 정통성을 끊임없이 모색해왔다.

 

1950~60년대 백양회와 묵림회의 자각운동, 1970년대 국전 개편과 ‘한국화’ 명칭의 정착, 1980년대 수묵화 운동까지 이어진 흐름은 전통 회화의 정신을 동시대적 방식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로 이어졌다.

 

그 과정 속에서 수묵은 특정 장르를 넘어 한국화 전체를 지칭하는 중심 언어가 되었다. 이에 '화수미제'는 이러한 축적된 역사 위에서 오늘의 감각을 더한다.

 

 

참여 작가들은 수묵의 물성과 정신성을 현대적 조형 언어로 해석해 평면·입체·설치 등 장르를 가로지르는 방식으로 확장했다.

 

또 전통을 완성된 과거가 아닌 ‘미완의 현재’로 바라보며 수묵을 한국화와 서양화, 회화와 공간 작업의 경계를 넘나드는 개념적 매체로 재정의했다. 

 

결국 '화수미제'는 전통과 현대, 과거와 현재, 손과 기술, 인간과 세계 사이에서 움직이는 수묵의 생명력을 동시대적 시각으로 증언하는 무대다.

 

전시는 12월 7일까지 안상철미술관에서 열리며 자세한 사항은 누리집에서 확인 가능하다. 


한편 전시에는 김대열, 김성희, 서 용, 서윤희, 송수련, 신 학, 심재영, 오숙환, 이길원, 이만수, 이승철, 이종목,이철주, 조순호, 최익진, 한기창, 홍순주 등 17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 경기신문 = 류초원 기자 ]

류초원 기자 chowon@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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