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아트가 태동하던 1960~70년대, 백남준과 동시대를 살아가며 실험적 예술 언어를 구축해온 조안 조나스가 국내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가 제8회 백남준예술상 수상 작가를 조명하는 전시 ‘조안 조나스: 인간 너머의 세계’를 개최한다.
비디오·퍼포먼스·설치·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를 기반으로 50여 년간 확장돼 온 그의 작업 세계를 선보인다.
조나스는 인간·물질·비물질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독자적 예술 문법을 구축해왔다. 비디오를 다루는 방식은 백남준과 결이 다르지만 두 작가의 작업에서는 즉시성과 반응성을 중시하는 공통의 미학이 드러난다.
이번 전시는 이런 특성을 전면에 내세워 상대적으로 국내에 덜 알려진 그의 작업을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자리다.
전시는 조나스의 주제적·형식적 변화를 기준 삼아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장 ‘실험-급진적인 순간들’은 1960~7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한 비디오퍼포먼스와 초기 실험, 아카이브 자료를 통해 그의 예술적 기반을 짚는다.
대표작 ‘바람’은 자연 현상이 퍼포머의 움직임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비디오로 기록한 작품으로, 조나스의 초창기 감각을 내포하고 있다.
두 번째 장 ‘여행-자연의 정령·동물 조력자’는 작가가 세계 곳곳을 이동하며 확장해온 시선을 다룬다.
이 시기부터 등장한 ‘조력자’ 모티프는 인간과 동물이 협업하는 관계를 전제로 한다. 전시장 한쪽을 채운 영상 ‘아름다운 개’에는 반려견 오즈가 촬영자이자 퍼포머로 등장해 종 간 경계를 흐린다.
소형 카메라에 포착된 불안정한 화면은 여행·언어·도시·생명체를 관찰하는 조나스 특유의 방식을 보여준다.
마지막 세 번째 장 ‘공생-되살림과 변주’는 조나스의 최근 작업을 중심으로 서로 다른 시기의 작품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드러낸다.
종이 드로잉, 비디오, 프로젝션, 종이 조각 설치가 어우러진 작업인 대표작 ‘빈 방’은 각 존재가 남기는 빈 자리에서 이야기를 출발시킨다.
벽면을 가득 채운 드로잉과 천장에 매달린 조각, 그 사이로 스며드는 빛은 오랜 시간 축적된 감정과 기억을 환기한다. 결국 초기부터 이어져 온 조나스의 시각적 어휘는 반복과 변주를 거치며 지금도 확장되고 있다.
조안 조나스의 실험정신과 예술적 궤적을 살펴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2026년 3월 29일까지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이어진다.
[ 경기신문 = 류초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