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여성가족재단이 기지촌 여성의 삶을 기록하는 아카이브 사업을 본격화하며, 여성·평화·안보 의제를 지역에서 어떻게 실천할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도는 2일 수원 라마다호텔에서 ‘2025 경기여성 국제포럼’을 열고 국내외 전문가 300여 명과 함께 여성, 인권, 평화경제의 방향을 논의했다.
올해는 북경행동강령 채택 30주년이자 유엔 안보리 결의안 1325호가 채택된 지 25년이 되는 해다. 이에 도는 접경지역이라는 특수성을 바탕으로, 여성과 평화라는 국제 의제를 지역에서 논의할 장을 만들고자 이번 포럼을 열었다.
먼저 기조강연에서는 세 명의 전문가가 ‘여성·평화·안보’(WPS) 의제의 변화와 전망을 제시했다.
이어진 세션에서는 도의 여성·평화 의제 지역화 경험, 해외 연구자들의 사례 발표, 평화경제에서의 젠더 관점 강화 방안 등이 차례로 공유됐다.
이 가운데 임혜경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의 ‘기지촌 여성 인권 기록 아카이브 사업’ 관련 발표가 포럼 참석자들에게 큰 주목을 받았다.
임 연구위원은 “기지촌 역사를 기록하는 일은 회복의 관점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안 1325호를 실천하는 길이며, 평화경제를 시작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1325호는 분쟁지역에서 여성의 성폭력 근절, 분쟁 예방 및 해결 과정에서의 여성 참여 확대, 성평등 실현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전 후 기지촌이 국가개발과 군사주의, 성불평등 구조가 교차된 공간으로 정착되면서 국내 파병 군인을 대상으로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성들이 집중되게 됐다. 특히 주한미군의 60%가 주둔한 도는 기지촌 문제가 가장 집중된 지역이었다.
그는 “1960~70년대 정부가 성매매를 관리하기 위해 특정지역을 설정했고, 당시 등록된 여성의 상당수 도에 거주했다는 기록도 제시됐다“고 전했다.
이러한 기록처럼 기지촌 여성들의 생애는 이동과 통제, 폭력이 반복되는 구조 속에 놓여 있었다.
임 연구위원은 “당시 여성들이 파주·동두천·의정부·포천·평택 등 미군 기지를 중심으로 여러 지역을 옮겨 다니며 생활했다“며 “특정 지역 제도를 통해 국가와 지방정부의 관리 아래 성병검진과 격리 조치를 강제로 겪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기지촌 여성을 ‘피해자’로만 한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1986년 의정부 두레방을 시작으로 동두천·평택·파주 등지에서 여성인권단체들이 활동을 이어 왔고, 2008년 이후에는 단체들의 연대가 본격화되며 기지촌 문제가 공론화됐다.
이러한 흐름은 2020년 전국 최초로 ‘경기도 기지촌 여성 지원 조례’가 제정되기까지 이어졌고, 임 연구위원은 이를 “기지촌 여성들이 스스로 증언하고 연대해 온 인권운동의 역사”라고 말했다.
올해 처음 추진되는 기지촌 여성 인권 기록 아카이브 사업은 기지촌 여성의 삶과 역사 공간을 조사·기록하고, 구술 채록과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전시·교육 확산으로 이어지는 구조로 설계됐다.
임 연구위원은 “기지촌 여성들은 국가폭력에 대한 진상규명과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는 오랫동안 이어져 온 사회적 낙인과 차별을 해소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의 책임을 규명하고 지원근거를 마련할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경기도 차원의 기념사업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추진돼야 전쟁과 폭력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기록을 통해 기지촌 여성의 존엄을 회복하고, 여성들이 평화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향후 과제로 진상규명과 공식 사과, 생애 지원 확대, 역사 공간 보존, 인권평화기념관 조성, 지역행동계획 수립 등을 제시하며 “이 과정 자체가 UN 안보리 결의안 1325호 지역화의 실천”이라고 전했다.
한편 폐회식에서는 도 지역행동계획 수립, 기지촌 여성 지원 확대, 평화경제특구 추진 시 젠더 관점 통합 등 도의 정책 제안이 발표됐다.
[ 경기신문 = 류초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