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은 저축은행, 예금은 시중은행…연말 대출 절벽이 만든 ‘역 머니무브’

2025.12.14 14:46:39

은행 대출 증가폭 1조 원대 후반…비은행권은 2조 원대 확대
저축은행 대출 신청 하루 5000건대…규제 전 대비 2배 이상
예금 금리 격차 0.1%p 미만에도 자금은 시중은행에 머물러

 

연말을 앞두고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출 수요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반면 예금은 여전히 시중은행에 머무르며, 저축은행에는 대출만 늘고 예금은 늘지 않는 이른바 ‘역 머니무브’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9~10월을 기점으로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신규 대출 취급을 빠르게 줄였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모두 심사 기준이 강화되자, 중·저신용자와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모습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11월 가계대출 통계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확인된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폭이 월간 기준 1조 원대 후반에 그친 반면, 비은행권은 한 달 새 1조 원대 중반에서 2조 원대 초반으로 확대됐다. 증가 폭 기준으로 전달 대비 60% 이상 커진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이를 시중은행 규제에 따른 전형적인 ‘풍선 효과’로 보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은 대출 잔액과 신청 건수 모두에서 회복세가 나타났다. 한동안 감소하던 여신 잔액은 9~10월을 전후해 전월 대비 수천억 원 규모의 순증으로 전환됐다. 대출 신청 역시 시중은행 규제 이후 약 두 달간 영업일 기준 하루 평균 5000건을 웃돌며, 이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대출 취급액도 20% 넘게 늘었다.

 

반면 예금 시장의 흐름은 정반대다.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모두 연 3.1~3.2% 수준으로 사실상 차이가 없다. 평균 금리 격차도 0.1%포인트(p) 미만에 불과하다. 금리 메리트가 사라지자 예금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시중은행을 선택하고 있다. 그 결과 ‘대출은 저축은행, 예금은 시중은행’이라는 비대칭 구조가 형성됐다.

 

이 같은 구조는 저축은행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대출이 늘어도 이를 뒷받침할 수신 기반이 함께 확대되지 않으면 조달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저축은행으로 유입되는 차주들은 금리가 높고 신용도가 낮은 경우가 많아, 연체율 상승과 충당금 확대 위험도 함께 커진다.

 

그렇다고 예금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기도 쉽지 않다. 금리를 높이면 단기적으로 수신은 늘릴 수 있지만, 조달 비용 급증으로 수익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들은 시중은행과 비슷한 수준에서 금리를 ‘맞추는’ 전략에 머물고 있다. 과거 유동성 위기 국면에서 시중은행보다 1%p 이상 높은 금리를 제시하던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시중은행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대출은 규제로 조절하면서도 예금 금리는 소폭 조정만으로 유동성을 관리할 수 있어서다. 같은 3%대 예금 금리라도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이 느끼는 부담의 무게는 다르다는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 대출 규제가 이어지는 한 제2금융권으로의 대출 이동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저축은행이 대출만 떠안고 예금을 확보하지 못하는 구조가 장기화되면 업권 전반의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공혜린 기자 ]

공혜린 기자 heygong00@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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