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양형기준 마련 필요하다"…형량 정할 시 재발방지 고려

2025.12.16 15:05:50 6면

범선윤 판사 "양형심리 초점 재발 방지 조치 여부 검증"
정지원 판사 "기업 스스로 준법감시 체계 강화 유도 필요"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처벌하는 과정에서 형량을 산정할 때 '재발 방지 조치'를 주된 양형인자로 고려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산업재해 사고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잇따른다는 지적이 연이어 나오면서 대법원 양형기준 마련 필요성이 제기된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이동원) 산하 양형연구회(회장 이주원)는 전날 오후 '중대재해 처벌과 양형'을 주제로 제15차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발표자로 나선 범선윤 광주지법 순천지원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의무 위반 정도나 비난 가능성을 평가할 때는 안전관리 시스템 미비나 안전 문화 부재라는 제도적·구조적 원인과 이를 파악하고 관리하기 위한 조치 여부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의 과실'을 반영할 시에는 근로자의 단순 부주의나 근로자가 작업 방식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참작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범 부장판사는 이어 "'재발 방지 조치'가 기계적으로 유리한 양형 요소로 작용하지 않도록 양형심리의 초점을 재발 방지 조치의 충실한 이행 여부를 검증하는 데에 맞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양형 판단의 핵심 요소는 개별사고의 직접적 원인보다는 해당 기업의 안전보건 체계의 구조적 결함이 돼야 한다"며 "양형기준 역시 '사고가 발생했는가'보다는 '기업은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는가'를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정지원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판사 역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범죄의 양형인자로 '처벌불원 또는 실질적 피해 회복'을 두는 데 있어 유족과의 합의에 지나치게 과도한 감경 효과를 부여하기보다는 재발 방지 조치의 이행과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요구하는 '안전보건확보의무의 이행'을 뼈대로 하는 준법프로그램의 운영을 감경인자로 도입해 기업 스스로 준법감시 체계를 강화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양형위원인 김혜경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과 우리 중대재해처벌법을 비교해 "양국 법률 모두 예방보다는 징벌적 성격이 강한 '처벌 중심의 입법'"이라고 지적하면서 "참사 예방을 위해 과연 처벌만이 유일한 해법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축사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낮은 형량으로 입법 취지가 구현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하며 양형기준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 2021년부터 시행됐다. 건설현장과 공장 등 인명피해가 잇따르는 사업장 등의 안전조치를 강화하기 위해 사업주에게 책임을 묻자는 것이 골자이지만, 현재까지 관련 재판에선 가벼운 형이 잇따랐다.

 

지난 8월 28일 국회 입법조사처의 '중대재해처벌 등의 관한 법률의 입법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7월 31일까지 1심 판결이 난 사건은 총 53건(56명)이었다. 이중 4건(6명)은 무죄, 49건(50명)은 유죄가 선고됐다. 유죄 선고 중 5건(5명)만 실형이 선고됐던 바 있다.

 

[ 경기신문 = 방승민 기자 ]

방승민 기자 bsm03256@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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