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특례시가 주민자치회 행사에 참여한 주민에게 수건이나 부채, 컵 등 일상용 물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 개정을 추진하다가 제동이 걸렸다.
지난 19일 시의회 심의를 앞둔 해당 조례안이 갑작스럽게 안건에서 빠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가 내세운 조례 개정의 명분은 ‘주민 참여 촉진’과 ‘주민자치회 운영의 투명성 제고’였다.
주민총회나 각종 주민참여 행사에 예산 범위 내 홍보물품을 제공해 참여율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겉으로 보면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한 무난한 시도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조례안이 공개되자마자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핵심 쟁점은 공직선거법과의 충돌 가능성이다.
공직선거법 제112조는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자체가 선거구민에게 금품이나 물품을 제공하는 기부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특히 수건·부채·컵처럼 일상생활에 사용 가능한 물품은 기부행위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는 것이 선거법 해석의 일반적인 흐름이다.
주민자치회 행사가 특정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진행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행사 참여자에게 물품을 제공하는 행위가 결과적으로 ‘선거구민에 대한 이익 제공’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선거일 180일 전부터는 각종 홍보물의 발행·배포가 제한되는 만큼, 조례가 시행될 경우 주민자치회 행사가 ‘합법을 가장한 간접 선거운동’이라는 오해를 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주민 참여 촉진이라는 명분이 자칫 투표 유인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특정 단체나 행사 지원을 제도화하는 조례가 포퓰리즘 정책으로 변질돼 선거에 악용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 조례안이 심의 직전 철회된 것은, 법적 부담과 정치적 오해를 동시에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주민자치 활성화는 분명 중요하다. 그러나 그 과정이 선거법의 경계선 위에 놓인다면, 정책의 순수한 취지마저 퇴색될 수 있다.
‘수건과 부채’가 불러온 이번 논란은, 지방자치와 선거법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 경기신문 = 최순철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