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특례시에서 주민자치의 방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단발성 사업 중심의 마을 활동이 아닌, 동(洞) 단위의 중장기 발전 구상을 담은 ‘2025 우리동네 자치계획’이 지난해 총 44개 동에서 마련됐다.
주민과 도시·마을 분야 전문가가 함께 구상한 계획으로, 마을을 중심으로 한 주민자치의 미래상을 구체화했다는 평가다.
44개 동이 수립한 자치계획을 살펴보면 주민들이 바라는 마을의 모습은 크게 네 가지 흐름으로 나뉜다.
주민 간 소통을 핵심 가치로 삼은 마을, 노후화된 지역을 지속가능하게 재생하려는 마을, 지역 자원을 기반으로 성장을 모색하는 마을, 안전하고 쾌적한 생활 인프라 확충을 목표로 한다.
이 가운데 수원시는 주민 소통을 마을 발전의 출발점으로 제시한 11개 동의 구상에 주목하고 있다.
■ 기억과 공존을 축으로 한 중장기 자치 구상
지난해 수립된 우리동네 자치계획에는 ‘함께 사는 방법’을 찾으려는 주민들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겼다.
특히 역사성이 깊거나 주거 밀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주민 간 소통을 핵심 의제로 설정한 경향이 두드러졌다.
공동체 회복이 곧 마을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인식이 계획 곳곳에 반영된 셈이다.
권선구 평동은 이러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오랜 역사를 가진 지역 특성상 다양한 세대와 생활 양식이 공존하는 평동에서는 공동체의 힘을 이어가려는 주민 의지가 자치계획의 중심에 놓였다.
주민과 마을 조교들은 오목천동·고색동·평리동·평동 등 4개 법정동을 직접 답사하며 자원과 문제를 함께 정리했다. 그 결과 구도심과 신도시 특성이 공존하고, 청년층과 노년층 비중이 모두 높은 지역 특성이 도출됐다.
평동 자치계획의 제목은 ‘기억의 숲, 꿈의 터전’이다. 세대와 삶의 방식이 다른 주민들이 자연과 문화를 매개로 함께 성장하는 마을을 목표로 삼았다.
주민 의견을 종합해 ‘기억의 마을’, ‘연결의 마을’, ‘세대 공존 마을’을 위한 4대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지하화된 수인선의 역사를 기록하는 아카이브 공간 조성, 청년·청소년 거점 마련, 통합형 소통 플랫폼 ‘전언판’ 설치, 유휴공간의 생활 기반 전환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했다.
장안구 조원2동 역시 세대 간 관계 회복을 자치계획의 핵심 가치로 설정했다.
‘세대 간 균형과 활력이 살아 있는 조화로운 마을’을 비전으로 제시한 조원2동은 섬유산업 중심지였던 과거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형성된 현재가 겹쳐진 지역이다.
생활 자원과 정주의식은 풍부하지만, 젊은 세대 유입 부족과 중장년을 위한 공간 부족이 한계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삶의 질을 높이는 공동체 시설 확충, 주민문화를 연결하는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 특색 있는 보행 네트워크 조성 등 3대 전략을 마련했다.
손바닥정원을 활용한 아파트 정원 축제 구상도 포함됐다.
■ 세대 단절을 넘어 관계 회복으로
권선구 구운동, 권선2동, 세류1동, 세류3동은 세대 간 단절 해소를 공통 과제로 설정했다.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어울리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자치계획의 핵심이다.
구운동은 ‘세대가 어우러지고 이야기가 흐르는 일상 공동체’를 미래상으로 제시했다.
고령화와 건축물 노후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구조적 한계를 주민 참여형 공동체 활성화로 극복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문화 주민이 직접 강사가 되는 언어교실, 어르신의 장보기 노하우와 청년의 디지털 쇼핑법을 교환하는 ‘장바구니 세대교환소’ 등 생활 밀착형 프로그램도 담겼다.
권선2동은 ‘소통으로 가까워지고, 문화로 풍요로워지는 마을’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대규모 주택단지와 많은 유소년 인구라는 특성을 반영해 공원을 활용한 참여형 마을축제, 마을신문 발간 등을 통해 세대 간 교류 기반을 넓힐 계획이다.
공동주택 단지를 따라 흐르는 우시장천의 생태환경 개선 구상도 포함됐다.
세류1동은 상대적 소외감 해소를 위해 안전·복지·공동체를 아우르는 단계별 목표를 설정했다.
단기적으로 생활 안전 인프라를 강화하고, 중기에는 아동돌봄 시설 확충, 장기적으로는 장미공원을 중심으로 한 둘레길 조성과 공원 특화를 추진한다.
세류3동은 평균 연령이 높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이웃과 함께 만드는 정감 있는 마을’을 비전으로 삼았다.
주민 참여형 스마트 전광판 설치, 어르신의 기억을 기록하는 마을 아카이브 사업 등을 통해 정보 공유와 세대 소통을 강화할 계획이다.
■ 공존을 키워드로 한 주거지형 마을 전략
화서1동, 우만2동, 광교1동, 망포2동, 영통1동 등 공동주택 비중이 높은 지역들은 ‘이웃과의 공존’을 자치계획의 중심 가치로 설정했다.
화서1동은 ‘일상을 나누고 온기를 더하는 마을’을 목표로 공원 내 스마트쉼터 조성, 세대이음 프로그램 등을 통해 관계 회복을 꾀한다.
우만2동은 ‘우리가 만들고 이끄는 동네’를 비전으로 주민 참여형 관리체계와 지역 연계 문화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광교1동은 ‘같이의 가치를 잇는 광일이네’라는 의인화된 비전을 제시하며 신도시와 구도심 간 소통 회복을 과제로 삼았다.
망포2동은 ‘이사 오고 싶은 마을’을 장기 목표로 출생 축하 기념품, 장수 스튜디오 등 공동체 유대 강화 사업을 구상했다.
영통1동은 전입·전출이 잦은 특성을 반영해 주민자치 프로그램을 집약할 복합문화 거점 조성을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주민이 직접 구상한 마을 발전 계획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단계별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이어가겠다”며 “동 단위 주민자치의 변화가 수원 전반의 자치 역량 강화로 확산되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