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탄소중립 정책이 재생에너지 확대 지연과 구조적 한계에 막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정책 방향 자체에 대해서는 일부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결국 관건은 ‘실행 체계와 속도’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 같은 진단은 23일 도내 언론사를 대상으로 수원시 권선구 경기도업사이클플라자에서 열린 ‘민선9기 경기도 탄소중립·에너지전환 정책 방안 모색 집담회’에서 제기됐다.
이날 집담회에는 언론계와 시민단체,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현재와 같은 추진 속도와 방식으로는 탄소중립 실현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정책의 실질적 작동을 담보할 구조 개편과 실행력 보완이 시급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탄소중립의 본질은 '재생에너지'…재정·행정 구조는 ‘병목’
안명균 경기시민발전협동조합협의회 회장은 “탄소중립의 본질은 화석연료 중심 사회를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고 짚었다.
도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을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설비 12GW 확보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추진 속도로는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선8기에서 제시한 9GW 확대 계획 역시 현재까지 1.7GW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격차는 정책 실행 체계의 한계에서 비롯됐다. 탄소중립기본계획의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설정한 도내 기초자치단체는 고양시 한 곳 뿐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31개 시군과의 협력 부재를 뜻한다. 즉 구조적 문제를 비롯해 도차원의 목표와 달리 상당수 시군이 이를 자체 계획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군에 배분되는 특별조정교부금 등 기존 재원을 탄소중립·재생에너지 사업과 연계하는 방식의 ‘재정 재설계 필요성’도 제기됐다.
행정 구조 문제도 현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언급됐다. 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인허가 절차가 지연되고, 부서 간 협업이 원활하지 않으며, 이를 총괄하는 전담 조직이 부재하다는 점이 사업 속도를 늦추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민선8기, ‘기반 구축’ 성과는 인정
다만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민선 8기에서 정책 기반을 일정 부분 구축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기후위기 대응을 도정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RE100 산업단지 조성 추진, 기후대응기금 마련, 에너지 전환 정책 설계 등 제도적 틀 구축에 집중해 왔다.
특히 산업 정책과 기후 정책을 연계하려는 시도는 이전과 차별화된 접근으로 평가된다. 기업의 RE100 참여를 유도하고, 산업단지 차원의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전략은 장기적으로 탄소중립 기반을 강화하는 데 의미 있는 방향성이라는 분석이다.
재정 측면에서도 무리한 확장보다는 건전성 기조를 유지하면서 기후 대응 재원을 확보하려 했다는 점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요소로 꼽힌다.
다만 이러한 ‘기반 구축 중심 접근’이 단기간 내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도민 체감도가 낮다는 점에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민선9기, 실행체계 전환이 핵심
결국 현재 경기도 기후정책은 ‘방향성은 제시됐지만 실행 속도와 체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단계’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민선 9기에서의 정책 전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핵심 과제로는 ▲도지사 직속 재생에너지 전환 추진단 설치 ▲도-시군 협력체계 제도화 ▲기후재정 구조 전면 재설계 ▲시민 참여형 에너지 모델 확대 등이 제시됐다. 특히 정책 실행력을 담보할 수 있는 조직과 재정 구조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주민 참여와 이익 공유를 기반으로 한 ‘햇빛소득 마을’과 같은 모델을 확산해 정책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수용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사업 추진 자체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참석자들은 특히 민선 9기에서는 기존에 마련된 정책 틀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작동하는 실행 체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기후위기 대응은 단순한 환경 정책을 넘어 산업·경제·재정 전반과 맞물린 구조적 과제인 만큼, 정책의 실효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공론화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언론의 감시와 검증 역할 역시 필요하다는 점도 함께 강조됐다.
한편 이날 집담회에는 인천경기기자협회 등 도내 언론사와 경기 3030 실현 100만 도민행동(기후위기경기비상행동, 경기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경기시민발전협동조합협의회)와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 경기신문 = 김한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