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친구끼리는 동업을 하면 안 된다. 연인끼리, 부부간에 무엇을 같이 도모하는 건, 인생을 살아 본 사람들이라면 가능한 한 다 피하는 일이다. 서로 달라야 산다. 동업을 하는 친구들은 반드시 싸우게 된다. 예술을 같이 하는 부부는 서로에 대한 시기심과 호승심 때문에 갈등이 생긴다. 서로 달라야 같아진다. 우리가 인생에서 나중에 깨닫는 것은 같아지려 노력하지 않을 때 같아진다는 것이다. 투게더는 투게더에 대한 강박증에서 벗어날 때 투게더가 된다. 한국 극장가에서 홀대받고 있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일본 영화 '사토상과 사토상'은 바로 그런 얘기의 영화이다. 주인공 남녀, 사토 사치(키시이 유키노)와 사토 타모츠(미야자와 히오)가 같이 사법시험을 본다. 시작은 남자가 먼저였다. 남자가 한두 차례 낙방한 후 여자는 페이스메이커로 남자와 같이 공부한다. 그런데 여자가 먼저 손쉽게 합격하고 변호사가 된다. 남자는 이후 계속 시험에 떨어진다. 둘은 그사이 혼인 신고도 하고 아들을 낳기도 한다. 여자와 남자는 점점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사토 사치는 어쩌다 보니 이혼 전문 변호사가 된다. 타인들의 이혼을 조정하거나 소송을 전담한다. 그러나 막상 자신의 이혼 문제가 다가오는 것은 알지 못한다. 남편인 사토 타모츠는 수험생활 10년 만에 마침내 사법시험에 합격한다. 둘은 어떻게 될 것인가.
사토 사치와 사토 타모츠는 대학 시절 자전거를 보관하는 거치대에서 만난다. 대단한 만남은 아니다. 일본의 사토란 성은 한국으로 만나면 김 씨나 이 씨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토와 사토의 만남은 극히 평범한 것이며 그 둘이 이어가는 인생 역시 그다지 특별할 게 없다는 얘기일 수 있다. 실제로 타모츠가 고향 집에 가서 만나는 선술집 주인 여자 요시다 리사(사사키 노조미)는 요염한 척, 흔들리는 타모츠를 유혹하더니 어느 날 쐐기를 박듯이 얘기한다. “시시해.” 그 뜻을 묻는 타모츠에게 리사는 말한다. “(너도 남들처럼) 위로를 받고 싶은 거잖아.” 사토 타모츠든 사토 사치든 이들이 만나는 누군가, 혹은 그 모두는 다 각자의 사연으로 일상을 투쟁처럼 살아가고 있으며 거기에는 특별할 것도, 무엇보다 그 어떤 우열(偶劣)도 없음을 보여 준다. 세상의 모든 갈등은 이 우열에 대한 인식, 그것이 정말 대단한 문제라는 의식에서 비롯된다. 사토 타모츠는 먼저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아내 사토 사치에게 열등감을 느낀다. 사토 사치 또한 남자가 모든 일을 다 자기 탓으로 돌린다고 생각한다. 둘은 서로를 위한다지만 결국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다들 상대에 맞추고 산다고 생각하지만, 거기엔 교묘한 틈이 있을 때가 많다. 예를 들어 ‘휴지가 없네’와 ‘휴지가 없어’는 뉘앙스가 아주 다른 말이란 것을 사토상과 사토상의 부부싸움으로 이해하게 된다. ‘휴지가 없으니 내가 사 와야겠다’란 것과 ‘휴지가 없는데 당신이 사다 놔’의 차이라는 것이다. 모든 뉘앙스의 차이는 관계가 좋을 때는 뭉개지지만 사이가 안 좋아지면 예민하게 드러나기 마련이다. 영화 '사토상과 사토상'은 사이가 안 좋아질 때, 서로가 예민해질 때의 얘기이다. 사랑‘했던’ 연인이나 부부는 단 한 단어로, 단 1초 만의 감정 차이로 이혼을 결심하게 된다. 그럼에도 이 모든 얘기는 사토란 성이 가장 흔한 성이듯 가장 평범한 얘기일 수 있다. 다들 이렇게 ‘지지고 볶으며’ 살아가는 셈이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젊은이들 일부가 사법시험에 목을 맨다는 점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영화이다. 타모츠가 사법시험 예비시험에서는 사치보다 점수가 높았던 모양이다. 일본에서는 이 예비시험을 통과하면 5년 이내, 다섯 번 이내까지 본시험을 볼 수가 있으며 이 횟수를 넘어가면 시험 자체를 볼 수가 없다. 이건 로스쿨 졸업자도 마찬가지이다. ‘누구처럼’ 사법시험을 9수까지 해서 볼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그렇게까지 ‘병적으로’ 법조인이 되는 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해서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사토 타모츠는 대학 1학년부터 시작한 사법 공부가 예비시험 합격 기간까지 포함해 10년이 걸린 것으로 나온다. 타모츠와 사치는 30대에 이르러 구직과 결혼, 육아, 무엇보다 인생에 대한 자기 결정권과 정체성의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사법시험 통과나 전문 변호사가 되는 것은 사실 그 모든 일에 비해 그다지 대단한 일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영화에 법적 용어가 난무하거나 법정 장면이 수시로 나오거나 하지 않는 건 그 같은 사회적 지위나 가치가 살아가는 데 있어 사실은 거의 효용성이 없음을 보여 주려 하기 때문이다. 사치는 아들 후쿠가 유치원에서 다른 아이를 때린 것을 두고 해당 아이 부모에게 무조건 사과하려 한다. 타모츠는 법률을 공부하는 남자답게 싸움의 원인, 선후를 따지려 한다. 사치는 그런 타모츠에게 더 이상 따지지 말라고 핀잔을 준다. 이 일로 타모츠는 사치와 더 이상 살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치로서는 법률적 판단에 앞서 유치원의 규율이 더 중요한 것이지만 타모츠는 시시비비를 먼저 가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자는 늘 먼저 성숙해진다. 남자가 인생의 관습적 질서를 깨닫는 건 늘 여자 다음이다.
'사토상과 사토상'은 극장용 영화치고는 시야가 좀 좁은 느낌을 준다. 이야기가 냇물을 통해 바다로 나아 가지는 않는다. 그 냇물이 동네의 개천 정도에 머문 느낌을 준다. 실제로 '사토상과 사토상'은 민영 방송 메테레(NBN, 나고야 TV)가 제작한 영화이다. 일본의 TV가 줄기차게 영화 제작에 참여하는 이유는 영화와 드라마가 거의 융합돼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NHK나 후지TV, TBS 등 거대 방송국이 극장용 영화를 직접 제작하거나 메인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보다는 일본의 영화가 그만큼 일상적인 소재를 많이 다루고 있어서 TV 드라마의 정서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본은 에세이형 소설인 이른바 사(私)소설이 히트 칠 때가 많은데 (에쿠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 등의 작품들) 이는 일본 사회가 개인의 영역을 극히 존중하기 때문이다. 이는 한 시대 동안 전체와 집체(集體)를 강조했던 군국주의 시대에 대한 역작용이다. '사토상과 사토상' 역시 개인의 삶이 그 무엇보다 앞선다는 것을 보여 주고 강조하는 일본 영화적 풍토의 한 줄기로 읽힌다.
'사토상과 사토상'은 결혼과 출산, 육아의 과정을 거치며 경력 단절을 겪은 많은 여성에게 여러 복잡한 생각을 하게 만들 것이다. 사토 사치처럼 자기 일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것인가, 그러기 위해서는 가정의 문제, 그 ‘지긋지긋한’ 이슈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 것인가. 영화 초반부에 사토 사치는 친구 시노다 아사(후지와라 사쿠라)의 결혼식에 참석한다. 친구 시노다는 결혼식 때 행복했던 모습과는 달리 첫 아이 미키를 낳은 후 남편의 외도로 이혼을 고민하며 변호사가 된 사치를 찾아온다. 이후 시노다는 남편과 별거하며 경제적으로 자립한다. 시노다는 사치에게 명함을 주며 자신이 이제 하세가와 아사라는 남편 성의 이름을 버리고 원래 이름인 시노다 아사를 찾았다고 말한다. 이제 더 이상 미키 엄마라는 말도 듣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시노다 아사는 다시 남편인 하세가와와 재결합하며 둘째 아이를 낳기도 한다. 인생은 묘한 것이며 생각하던 대로만 풀려 가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 준다. '사토상과 사토상'은 인생은 미완성이고 쓰다가 마는 편지이며 부르다 마는 노래라는 걸 얘기하는 영화이다. 우리 서로가 모두 타향에 불과한 존재라는 걸 말하는 영화이다. 이진관의 통속 곡 '인생은 미완성'의 노래 가사와 같은 얘기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랑은 결코 우열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체로 그 우월감과 열등감이 사랑의 관계를 규정해 나간다. '사토상과 사토상'은 국내 예술영화 전문 배급사인 엣나인이 2026 재팬무비페스티벌에서 상영한 작품이다. 지난 4월 29일에 개봉했다. 11일 기준 2080명의 관객을 모았다. 아트나인 같은 예술영화관에서 만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