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방향과 시선을 '빼고' 놀이를 '더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정답처럼 따라가는 작품이 아닌 작가들의 규칙을 따라가보면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의 '하나 쌓고, 하나 빼-기'가 펼쳐진다.
이번 전시는 현대 미술을 '더하기'와 '빼기'라는 창작의 원리로 풀어내 보다 친근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한 교육체험전이다.
이번 전시에 '더하기'는 단순히 뭔가를 많이 모으는 것이 아닌 재료와 이미지, 손길과 시간들이 반복과 축적을 통해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태도로 작용한다.
'빼기' 역시 어떤 것을 없애는 데 그치지 않고 익숙한 질서와 기준을 전복하거나 소거하고 발상을 전환을 이루는 과정을 뜻한다.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는 이 같은 원리에서 아이들의 놀이 감각과 유사성을 발견하고, 이를 연결해 아이들을 예술세계 속으로 초대한다.
이번 전시에는 엄정순, 노상호, 로와정, 박미나, 뭎(Mu:p)이 참여해 예숳의 원리와 과정을 능동적이고 입체적으로 풀어낸다.
박미나는 반복이라는 행위를 통해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하고 새롭게 조직하는 수행적인 태도의 작업을 선보인다. 이 같은 그의 작품에는 '더하기'라는 규칙이 잘 녹아있다.
전시장 한 쪽에 배치된 박미나의 작품들은 알록달록한 색감과 함께 입을 벌리고 있는 듯한 아이의 모습으로, 색과 형의 반복이 돋보인다.
또 RGB 컬러에서 영감을 받은 뷰파인더, 창문 시트 작업 등 다채로운 색을 전시장에 물들이며 수집과 분류의 원리를 시각화한다.
그 옆 공간으로 이동하면 거대한 코끼리 형상들이 등장한다. 엄정순의 '얼굴 없는 코끼리', '코끼리의 어느 모서리' 등의 작품이다.
'본다'란 무엇인가. 여기서 출발한 엄정순의 작업은 이를 풀어나가는 하나의 소재로 지상에서 가장 큰 동물은 코끼리를 택했다.
하지만 그의 작품 속 코끼리들은 어딘가 다른 모습이다.
엄정순은 "작품들을 보면 정상적인 모습과는 살짝 다르다. 코가 없거나 형태가 흐릿하거나. 코끼리한테 코가 없다는 것은 자연에서는 죽음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인 일이지만, 예술에서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작품들은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라진 뒤, 우리의 시선은 무엇을 볼 건지 혹은 어디로 향하는지를 묻는다"고 덧붙였다.
엄정순은 코끼리의 '거대함'에 주목했다. 지상에서 가장 큰 동물을 활용해 우리가 늘 삶에서 직면하고 있는 거대한 문제들을 빗대 전한다.
'빼기' 구역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익숙한 관념과 질서를 덜어내고 비트는 공간이 펼쳐진다. 삭제, 전환, 재배치의 방법을 통해 사물과 이미지, 공간을 새롭게 인식한다.
특히 노상호의 '홀리(Holy)' 시리즈는 AI와 협업 과정에서 발생한 디지털 오류를 제거하지 않고 오히려 전면에 드러내며 기존 이미지 질서를 비튼다.
한겨울, 서있는 눈사람과 불타는 주변의 모습은 이질적이면서도 새로운 시각적 세계를 제시한다.
이어지는 로와정의 'N'은 벽에 선을 긋고 액자로 변주를 꾀한 'drawing'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일자로 배열된 액자 중간 아래로 배치된 하나의 액자는 일상적 사물을 낯선 질서 속에 재배치했다.
그 옆에 배치된 칠판에는 2X9≠9X2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NOT EQUAL'이라는 작품 제목처럼, 성립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았다.
초등 교육에 관심이 많은 로와정은 매체를 '칠판'으로 선택하며 관람객들에게 여지를 남긴다.
2 곱하기 9와 9 곱하기 2는 사실 동일하지만, 로와정은 이를 다르게 바라봤다.
그들은 사과가 2개 들어 있는 상자가 9개인 것과 사과가 9개 들어 있는 상자가 2개인 것이 다르다고 느낀 순간을 작품에 옮겨왔다.
이처럼 세상의 모든 것들이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메시지 아래 뎐져진 질문은 관람객들에게 사유의 시간을 전하며 발길을 붙든다.
이외에도 믚의 '왼발 다음, 오른발'도 전시돼 있다. 허들과 외나무다리에서 착안한 구조물은 직접 걸어보며 신체 움직임과 공간의 관계를 탐색하게 한다.
작품을 감상의 대상으로 제시하는 것을 넘어 예술가의 창작 원리가 관람객의 움직임 속에서 되살아나는 이번 전시는 8월 2일까지 계속된다.
[ 경기신문 = 서혜주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