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조금 축소와 고속도로 통행료·주차비 할인 등 주요 혜택이 줄면서 기존 차주들의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의 보조금 정책 변경이 사회적 취약계층에 부여했던 보조금 ‘우선지원’ 규정을 올해부터 재량사항으로 완화하면서 실제로 지원에서 배제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보급 초기에는 ‘약자 배려’를 강조했던 정책이 보급 목표 달성 후에는 예산 효율성과 지자체 자율이라는 명분으로 후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기존 ‘전기자동차 보급사업 보조금 업무처리지침’에는 장애인, 차상위계층 등 취약계층과 상이·독립유공자가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물량을 별도 배정하고 보조금 지원 우선순위를 ‘부여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이는 취약계층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실질적인 배려 조치였다.
그러나 올 1월 개정된 지침에서는 해당 문구가 ‘부여할 수 있다’로 변경됐다. 의무 규정이 재량 규정으로 완화된 것이다. 이 지침은 올해 보조금 사업부터 시행되고 있다.
지자체 예산 상황에 따라 별도 배정이 결정되다 보니 우선지원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 수원시, 용인시, 평택시 등 도내 지자체는 취약계층 우선순위 배정을 중단하고 일반 물량과 통합 관리하고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기존에는 취약계층에 우선순위를 배정했지만, 올해 1월 기후에너지환경부로부터 지침 공문이 내려온 이후로는 따로 배정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올해 전기차 수요도 증가하고, 예산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취약계층 신청자들이 대기 상태로 밀려나거나, 지원을 포기하는 사례다.
이 같은 현상은 경기도에 국한되지 않는다. 다른 광역자치단체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확인되고 있다.
국가유공자 이모(부산시 남구)씨는 “청년층 지원은 확대한다면서 이동권이 생존과 직결된 장애인과 국가유공자에 대한 우선지원은 오히려 약화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보조금이 없으면 전기차 구매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토로했다.
2025년까지 유지되던 취약계층을 위한 보조금 예산이 지침 문구 변경으로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반면, 정부는 청년과 생애최초 구매자에 대한 지원은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전체 보조금 규모는 축소 또는 유지 기조인데 지원 대상 간 우선순위 조정은 지자체의 자율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침을 정비했다는 입장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올해는 우선순위에 대한 의무 기준이 없어 일반인과 동일하게 적용한다. 지자체별 친환경 교통정책 방향, 행정 여건, 자율적인 예산 편성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며 “내년에는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우선순위 물량이 확보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정책 변화는 단순한 지침 개정이 아니다. 구매보조금 축소, 운영혜택 단계적 감소와 취약계층 우선지원 완화까지 이어지면서 장애인 등 이동약자의 실질적인 이동권 보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보조금이 단순한 산업 지원을 넘어 사회적 약자의 이동 수단을 지원하는 복지적 성격이 강한 만큼 최소한의 보호 장치를 복원해야 한다"면서 "지침 하나로 취약계층의 희망이 사라지지 않도록 정부의 정책 보완이 시급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 경기신문 = 최화철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