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전기차 화재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전기차 포비아’가 급속히 확산됐다. 현재는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전기차 화재 불안은 여전하다.
지하주차장 화재, 주차 중 발화 등 사례가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아파트 단지에서는 전기차 출입 제한 움직임까지 보였다.
전문가들은 충전기 문제보다 전기차에 탑재된 리튬이온 배터리의 고유 특성과 열폭주(thermal runaway) 현상이 화재의 주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배터리 내부 결함이나 분리막 손상, 덴드라이트 형성, 셀 불량 등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17일 국내외 연구와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 사고에서 최초 발화점으로 가장 많이 지목되는 것은 고전압 배터리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고에너지 밀도를 위해 설계됐지만, 특정 조건에서 열폭주가 발생하면 주변 셀로 급속히 퍼지는 연쇄 반응으로 급격히 온도가 상승(1000℃ 이상)하고 불이 쉽게 꺼지지 않는 특성을 보인다.
열폭주는 과충전, 내부 단락, 제조 결함, 물리적 충격,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 이상 등 복합적 요인으로 촉발되지만, 핵심은 배터리 셀 내부의 화학적·물리적 불안정성이다.
충전 중 화재는 전체 전기차 화재의 약 15% 정도로 추정되며, 이 중 상당수는 사전 배터리 손상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충전기는 배터리의 상태를 자극하거나 과열을 유발할 수 있는 ‘촉매’ 역할일 뿐, 정상적인 충전기와 차량에서는 배터리 보호 시스템에 의해 차단돼 직접적인 발화 원인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과 교수는 "전기차 화재의 주원인은 배터리 때문이며 충전기가 원인이 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며 "충전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하다 보니 충전기의 과도한 전력 공급이 화재의 원인이라고 오해할 수 있는데, 상당수는 배터리 충전이 끝나고 대기 상태에서 화재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배터리에 이상이 있거나 완충된 이후에는 전기차 배터리 관리 시스템인 BMS에서 차량 전체 상태를 살핀다"면서 "이 과정에서 전력을 사용하다가 화재가 발생하는 게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는 충전 중이 아니였고, 주차 중이던 차량에서 발화됐다.
울산 전기차 충돌 화재는 주차·주행 중 발화 사례에서도 배터리 팩의 열폭주가 주원인으로 분석됐다.
전기차 화재 발생률 자체는 내연기관차보다 낮은 편이지만, 한번 발생하면 진압이 어렵고 피해가 크다는 점이 포비아를 키운 셈이다.
일각에서는 충전기나 충전 인프라를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이는 부분적이다.
정상 설치된 충전기는 배터리 보호 시스템과 연동돼 안전하게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전기차 보급 확대는 불가피한 흐름이다. 화재 위험을 과도하게 부풀려 포비아로만 대응할 것이 아니라, 배터리 기술의 근본적 안전성 향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배터리가 원인임을 직시하고 과학적 대책을 세울 때 불필요한 불안은 사라지며, 전기차 시대의 안전한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 경기신문 = 최화철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