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전시] '우리 집의 첫 그림'을 향한 발걸음…'2026 경기 섬 아트 페스타'

2026.05.19 14:26:51 12면

전문·예비 갤러리스트들이 함께 꾸린 공공형 아트페어
회화, 드로잉, 세라믹 조각, 설치 작업 등 23명 작가 참여
작품 나열 넘어 작가, 갤러리스트, 관람객, 시장 연결 목표

 

"예술이 어렵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안산 선감도 경기창작캠퍼스에서 열린 '2026 경기 섬 아트 페스타'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은 '접근성'이었다.

 

작품을 어렵게 바라보기보다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감상하고, 나아가 생애 첫 작품 구입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경기문화재단 경기창작캠퍼스가 오는 31일까지 개최하는 이번 전시는 공공갤러리 등록 전문·예비 갤러리스트들이 함께 꾸린 공공형 아트페어다.

 

회화와 드로잉, 세라믹 조각, 설치 작업 등 총 23명의 작가가 참여해 191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단순히 작품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경기창작캠퍼스가 공공 레지던시 기관이라는 점에서 출발해, 작가와 갤러리스트, 관람객, 시장을 연결하는 '미술 유통 플랫폼'을 실험한다는 데 의미를 둔다.

 

정재우 경기문화재단 지역문화본부장은 "작가들에게 가장 중요한 네트워크 중 하나는 시장"이라며 "그동안 전문가들 사이에서만 작품을 소개하는 네트워크였다면, 이제는 대중들도 쉽게 감상하고 구매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기창작캠퍼스는 지난해부터 전문·예비 갤러리스트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이번 전시는 그 결과 발표회이자 실전 무대다. 예비 갤러리스트들은 실제 갤러리 운영 방식과 아트페어 구조, 작가 소통법 등을 배우며 직접 전시를 기획했다.

 

 

예비 갤러리스트로 참여한 김시온 씨는 "실무와 이론을 함께 배우는 과정이 드물다"며 "전 세계 아트페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앞으로 어떤 갤러리를 만들고 싶은지 고민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갤러리를 운영 중인 윤성지 갤러리스트는 "예술은 비싸고 어려운 것이라는 심리적 문턱을 낮추고 싶었다"며 "공공과 민간 갤러리가 협업하는 방식 자체도 신선한 시도였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는 '첫 컬렉팅'을 제안한다. 10만원대 작품부터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도록 구성해 미술시장을 특정 컬렉터만의 영역이 아닌 생활 문화로 확장하려는 의도가 담겼다.

 

 

경기창작캠퍼스 측은 지난해 시범 사업에서 총 1030만 원가량의 판매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섬이라는 공간에서도 실제 수요가 존재한다는 점을 확인한 계기가 됐다.

 

전시에는 신진부터 중견까지 폭넓은 작가들이 참여했다.

 

밴드 잔나비 2집 '전설' 앨범 커버 작업으로 알려진 콰야는 고요하면서도 쓸쓸한 화면 속 인물들을 통해 현대인의 감정을 은유한다.

 

민지는 토끼와 책상 같은 이질적 오브제를 통해 공존과 편견의 문제를 건드린다. 홍수정은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빛과 선, 반복된 드로잉으로 물질화한다.

 

 

한상은은 벨벳 위에 유채를 사용해 계절의 내음을 시각화한다. 숲과 물, 흔들리는 계절의 감각이 부드러운 질감 위에 겹쳐진다.

 

박경호는 굳힌 아크릴 조각과 유리가루를 활용해 종이에 그린 듯한 섬세한 풍경을 만든다.

 

노한솔은 동양화적 화면 위에 스프레이와 자막, 밈적 요소를 결합해 마치 영상의 한 장면을 멈춘 듯한 이미지를 만든다. 장지 위 먹 작업에 '뒤집어진 복' 같은 텍스트를 삽입하며 언어와 상징의 기호성을 탐구한다.

 

또 김순필은 돌의 질감을 물감만으로 구현하며 인간보다 오래 존재한 돌을 통해 관계와 의미를 질문하고, 양서현은 교차된 실과 매듭을 통해 감정과 사랑의 층위를 왕관 형상으로 표현한다.

 

경기창작캠퍼스는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매년 봄 서해안 선감도에서 축제형 아트페어를 지속 운영할 계획이다.

 

'우리 집 첫 그림'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섬으로 향하는 길이 생각보다 멀지 않을지도 모른다. 센스 있는 포인트를 위한 발걸음은 오는 31일까지 경기창작캠퍼스에서 계속된다.

 

[ 경기신문 = 서혜주 기자 ]

서혜주 judyjudy1017@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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