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범의 미디어비평] 이런 선거 보도는 버려야 한다

2026.05.20 06:00:00 15면

 

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했다. 6월 3일 아홉 번째 지방선거를 치른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14곳도 같은 날 치러진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언론 보도의 고질은 여전하다. 오히려 퇴행 기미마저 보인다. 주민의 삶을 바꾸고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할 선거가 언론이란 렌즈를 거치며 본질이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질의 첫 번째는 경마식 보도다. 수많은 여론조사 중 특정 조사만을 의도적으로 부각하며 '치열한 접전', '초박빙'이라는 타이틀로 선거판을 스포츠 중계처럼 전하고 있다. 현장 민심을 전한다는 르포 기사는 기만적이기까지 하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를 찾아내, 발언을 기사에 인용한다. 외형상 객관성을 확보했다는 착각을 줄 뿐, 실제 민심의 우선순위를 왜곡하고 유권자의 이성적 판단을 방해하는 역효과를 낳는다.

 

언론은 지역 현안을 발굴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의제 설정(Agenda-Setting)을 해야 한다. 지난 4년에 대한 엄중한 평가는 필수다. 지방정부가 주민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예산은 적절히 쓰였는지에 대한 검증은 찾기 힘들다. 그 결과 지역 선거는 중앙 정치의 대리전으로 둔갑했다.

 

한국 제조업의 심장부인 울산과 평택의 선거 보도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울산은 중화학 산업 쇠퇴와 그에 따른 대안 마련이 시급하고, 평택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미군기지 관련 이슈 등 숱한 지역적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언론 보도에서 이런 현안들은 증발한 채, 오직 정치공학적인 ‘단일화’ 여부만이 관전 포인트로 다뤄지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반헌법적 행위나 사회적 지탄 대상이 됐던 인물에 대해서도 언론이 무비판적 '코팅 보도'를 자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12·3 내란 사태 등 헌정 질서를 흔든 사건에 직간접적인 책임이 있는 후보자들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기는커녕, ‘보수’라는 진영의 옷을 입혀 면죄부를 주고 있다.

 

부산 북갑 보궐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과거 공안 통치와 고문 수사 의혹을 받았던 인물인 정형근 전 의원을 후원회장으로 영입하자 부산일보는 '거물 영입'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반민주적 행적에 대한 검증은 생략한 채, 오로지 정치적 인지도만을 기준으로 '거물'이라는 아우라를 입혔다. 언론의 기본 책무인 인물의 과거 검증조차 없었다.

 

언론의 교묘한 편들기와 정치 허무주의 조장도 선을 넘었다. 한국일보의 5월 7일 부산 북갑 지역구 보도가 대표적이다. 해당 기사는 민주당 하정우 후보에 대한 지역 민심이라며 ‘하정우가 누군데예’, ‘보수는 뭉쳐야 산다’는 제목을 달았다. 같은 기사의 부제는 ‘지역구를 버리고 서울로 간 국민의힘 박민식’ ‘보수 분열의 책임이 있는 한동훈’ 후보도 언급했다. 건강한 정책 비판이 아니라, 선거판 전체를 아사리판으로 묘사함으로써 유권자들에게 '정치 허무주의'를 심어주는 그릇된 보도였다.


지방선거는 중앙 정치의 변방이 아니다. 지역 주민이 주인으로 서는 축제의 장이어야 한다. 지역 언론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할 절호의 기회다. 중앙 언론의 자극적이고 정치공학적인 보도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 주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의제가 무엇인지 발굴하고, 후보자들의 자질과 책임을 엄격하게 검증해야 한다. 6·3 선거는 지역 언론의 기회다.

최광범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수원본사 :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영일로 8, 814호, 용인본사 :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974-14번지 3층 경기신문사, 인천본사 : 인천광역시 남동구 인주대로 545-1, 3층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경기, 아52557 | 발행인·편집인 : 표명구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