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세찬 빗속 투혼은 또 하나의 '남북 여자축구' 역사로 남았고, 새 도전의 출발점이 됐다

2026.05.21 01:55:23 13면

20일 수원종합운동장서 아시아축구연맹 여자 챔피언스리그 열려
수원FC 위민,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 상대로 준결승전 1-2 패배해
양 팀 응원 위해 5763명 방문…8년 만의 남북 여자 축구 열기 더해

 

20일 세차게 내리는 여름비를 뚫고 도착한 수원종합운동장.

 

이곳에서는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수원FC 위민과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의 준결승전 준비로 한창이었다.

 

경기장 앞 쪽에 마련된 안내 및 등록부스에는 우비를 입고 응원을 하러 온 팬들로 북적였고, 경기장 주변에는 공동응원단을 비롯한 응원 단체들로 가득했다.

 

또 경기장을 둘러싼 선수단과 관중들의 안전을 위해 배치된 250여 명의 경찰들의 모습도 보였다.

 

이날 경기에는 5763명의 관중들이 방문하며 8년 만에 열린 남북 여자 축구 대결의 뜨거운 열기를 입증했다.

 

응원 물품과 함께 발걸음을 재촉하던 양희정(28) 씨는 "좋지 않은 날씨에도 경기가 취소되지 않고 진행되서 다행이다. 현장에 몰린 인파를 보니 남북 관계에 대중들이 관심이 많다는 걸 직접 체감하게 돼 놀랍다. 양 팀 모두 다치지 않고 무사히 잘 마무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삼삼오오 모여 핫도그, 츄러스, 닭강정 등 간식을 손에 든 이들을 따라가자 푸드트럭존이 눈에 들어왔다.

 

 

저녁 경기 시간에 맞춰 운영 중인 카페와 음식 부스 곳곳에는 다양한 어린이 팬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중 수녀님들의 손을 잡고 경기장을 찾은 학생들의 들뜬 표정은 현장의 활기를 더했다.

 

허현 천주교 수원교구 요한세례자 신부는 "남과 북이 같이 모여 운동을 하고, 만난다는 것 자체에 대해 굉장히 기쁘게 생각한다. 비록 국가대항전과 같은 대회는 아니지만 이러한 교류가 일회성이 아닌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며 "민주평통에서 이번 경기 티켓을 마련해줘 관람을 원하는 아이들과 수녀님들과 방문하게 됐다. 승패 상관 없이 모두들 안전하게 경기를 마치길 바란다"고 전했다.

 

가림막 밑에서 가볍게 간식을 섭취하고 있던 김순심(55) 씨 역시 "남북 선수단의 오랜만에 만남에 기대되고, 단합해서 좋은 경기 보여주면 좋겠다"며 "흔히 볼 수 없는 경기이기에 궁금하고 보고 싶어 방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많은 팬들의 응원과 함께 시작된 경기는 수원FC 위민의 패배로 다소 아쉽게 마무리됐다.

 

 

골대 불운과 주장 지소연의 페널티킥 실축 등 불운이 겹친 수원FC 위민은 북한내고향여자축구단을 상대로 1-2로 역전패를 당했다.

 

이로써 한국 WK리그 소속 팀은 지난 시즌 인천 현대제철에 이어 두 시즌 연속 준결승에서 고배를 마시게 됐다.

 

이날 베테랑 지소연은 "페널티킥 실패에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며 "많은 팬분이 경기장을 찾아주셨지만, 좋지 못한 결과로 죄송하다"고 자책했다.

 

그러면서도 "올 시즌 WK리그에서 우승해 내년에 이 대회에 다시 도전하고 싶다"고 각오도 전했다.

 

박길영 감독 역시 "궂은 날씨에도 경기장을 찾아 응원해 주신 팬분들께 죄송하다"며 "아쉬운 결과지만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울먹이는 모습이었다.

 

 

이어 "선수단은 여자축구의 발전을 위해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안고 경기에 임했다"며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승리가 필요했는데 그러지 못해 너무 아쉽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경기가 한국 여자축구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알리고, 팬들이 다시 한번 경기장을 찾아오게 만드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세찬 빗속에서도 끝까지 투혼을 펼친 수원FC 위민의 경기는 승패를 떠나 스포츠가 지닌 교류와 화합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했다.

 

선수단이 흘린 눈물은 또 하나의 남북 여자축구 역사로 남았고, 더 높은 무대를 향한 새로운 도전의 출발점이 됐다.

 

[ 경기신문 = 서혜주 기자 ]

서혜주 judyjudy1017@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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