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신임 지사로 당선되면서 정치인의 이미지를 벗어내고 1420만 대한민국 최대 광역 지자체 수장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할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
민선9기 경기도정 전반에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풀어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앞서 경기도정을 맡았던 수장들은 재정 확보부터 광역교통, 주택 공급, 첨단산업 벨트 고도화, 그리고 경기북부 개발까지 여러 현안에 부딪혔다.
추 당선인이 직면한 이러한 과제들과 별개로,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도정 운영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4일 경기신문 종합취재에 따르면 경기도의회가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구조로 재편된 데다, 도내 31개 시군 중 민주당 소속 기초단체장이 지난 민선 8기(9곳)의 두 배가 넘는 19곳으로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의회는 물론 일선 시군과의 긴밀한 행정 공조를 이어갈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확보한 셈이다. 이에 민선 9기 경기도가 임기 내 풀어야 할 핵심 현안과 도정 여건의 변화를 짚어봤다.
◇수도권 30분 출근 대전환…‘교통 혁명’ 속 현실적 난제들
도민들의 가장 절박한 민생 현안은 ‘교통’이다. 추 당선인이 역시 선관위 제출 공약 1순위로 꼽은 핵심 중의 핵심은 교통이다. 골자는 철도망 중심의 출퇴근 부담 완화와 교통비 절감이다.
추 당선인은 서울·경기·인천의 각기 다른 교통패스를 하나로 묶는 ‘수도권 원(One)패스’ 통합을 약속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미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와 경기도의 ‘The 경기패스’가 각자 독자 노선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과의 정무적 합의와 예산 분담 비율 조율은 시작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추 당선인이 교통 대전환을 공언했지만, 서울시라는 벽을 넘지 못하면 공약이 표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출퇴근 맞춤형 좌석 예약 버스인 ‘경기 편하G 버스’ 확대와 대중교통 지원 강화 등 도 자체적인 혁신안과 함께 서울시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추 당선인의 정무적 돌파력이 조기에 입증돼야 한다.
아울러 수도권 출퇴근길의 변화를 가져올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노선의 조속한 추진과 조기 개통도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천문학적인 사업비 분담과 노선 연장·신설을 둘러싼 지자체 간의 갈등 조율은 경기도의 몫이다.
다만 제12대 경기도의회 전체 167석 중 144석(86.2%)을 민주당이 차지함에 따라, 노선 신설과 사업비 분담에 필수적인 조례안 통과와 도비 편성 절차는 큰 차질 없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민선 8기 도정 당시 ‘78대 78’ 여야 동수 구조로 원 구성부터 예산안 심의까지 장기간 파행을 겪었던 행정적 지체 요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서울 출퇴근 수요가 밀집하고 GTX 역사가 들어설 주요 시군의 기초단체장 19곳을 민주당이 확보하면서 지자체 간 행정 인허가 협의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경기도가 도내 19개 시군과의 정책 공조를 바탕으로 일관된 대책을 추진할 경우, 예산 분담 비율을 두고 이견을 보이는 서울시나 중앙정부와의 협상 과정에서도 경기도의 목소리에 한층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제 1번지 도약… K-반도체 생태계와 ‘야당 시장’이라는 변수
추 당선인은 경기도를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축으로 구축하기 위한 첨단산업 고도화 공약을 전면에 내걸었다.
용인과 평택을 잇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전주기 생태계를 완성해 초격자를 유지하고, 시스템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팹리스) 200개를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략산업 전용 재원 조달을 위한 ‘경기미래투자공사(가칭)’ 설립과 ‘AI 반도체 전략위원회’ 가동 등 대규모 재정 확보 절차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다만 공약 이행 과정에서 지자체 간 협의는 주요 변수로 꼽힌다.
반도체 핵심 거점인 용인특례시의 이상일 시장이 재선에 성공함에 따라, 민주당 소속인 추 당선인과는 당적이 다른 상황이다. 이에 따라 용수·전력 등 인프라 적기 공급과 국가산단 추진 과정에서 경기도와 용인시 간의 긴밀한 소통이 필수적인 과제로 떠올랐다.
민주당이 도내 기초단체장 19곳을 확보하며 교두보를 넓혔다 해도 정작 핵심 경제 공약의 무대인 용인시와는 당적이 다른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야 한다.
용수·전력 등 인프라 적기 공급과 국가산단 추진 과정에서 이 시장과의 정무적 소통 및 협치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경기도의 반도체 초격차 전략 역시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대규모 반도체 산단 조성의 성패가 결국 경기도의 광역 행정 지원에 달려 있다는 점은 추 당선인이 주도권을 쥐고 협상을 이끌어갈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가동을 위한 용수와 전력망 확보는 인근 시군들을 관통해야 하므로 경기도 중심의 광역 행정 협조가 수반돼야 한다.
이번 선거를 통해 경기 남부권 주요 기초지자체 19곳의 수장을 민주당이 확보함에 따라 인근 지자체 간의 이해관계 조정 과정에서 경기도의 행정적 영향력은 이전보다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용인시 역시 국가산단의 국비 확보와 광역 교통·용수 인프라의 원활한 구축을 위해 경기도의 행정 지원이 필요한 만큼 당적과 관계없이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정책 공조가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적의 벽을 넘어서는 실용적 협치가 발휘된다면 민선 9기 추미애 도정의 핵심 미래 먹거리 사업 역시 차질 없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 경기신문 = 한주희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