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어도 황소 아홉 마리의 털 하나가 없어지는 것에 불과하니 개미나 땅강아지와 다를 게 있겠는가."
유명한 '구우일모'(九牛一毛)에 관한 어록이다.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B.C.145~B.C.86)이 친구 임안(任安)에게 보낸 편지 안에 들어있는 문장이다. 선생은 한무제에게 흉노족 정벌에 참전했던 이릉 장군의 충절과 용맹을 두둔하다가 모함으로 궁형(거세형)을 당했다. 그는 2000년이 넘도록 인류의 큰 스승으로 존경받는 위대한 인물이다. 창공의 별과 같다.
'창해일속'(滄海一粟)이란 말이 있다. 중국 송나라 천재시인 소동파(1037~1101)의 '적벽부'에 나오는 싯구다. "우리의 인생은 하루살이처럼 짧고, 우리 몸은 저 푸른 바다에 떨어진 한톨의 좁쌀과 같다." 왕이든 신하든, 주인이든 머슴이든, 이 세상의 그 누구든, 이 문장 앞에서 옷깃을 여미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무한히 작은 존재로 왔다가 삽시간에 소멸하는 존재다.
영어권에서는 이를 'A drop in the ocean'이라고 쓰는 모양이다. 바다에 떨어진 물 한 방울! 이슬람의 위대한 시인 루미(Rumi. 1207~1273)는 마치 어딘가에서 그 심오한 표현에 담긴 뜻의 깊이와 높이를 접한 사람처럼 이렇게 쓴 것으로 알려진다. "You are not a drop in the ocean. You are the entire ocean, in a drop." "그대는 바닷물 한 방울이 아니오. 작은 물방울 속에 큰 바다가 들어 있는 법이오."
사마 천은 선친(사마 담)이 작업하다가 멈춘 '사기'(史記)의 완성을 위하여 그 치욕적인 형벌을 감수하고 20년 동안 글을 썼다. 죽간(竹簡)에 새긴 글자는 52만 6500자였다. 논어는 1만 6000자, 맹자는 3만 5000자다. "사람은 누구나 한번 죽는다. 그 죽음은 태산 보다 무거울 수도 있고, 기러기털 보다 가벼울 수도 있다." 그는 이렇게 선언하고 목숨을 걸었다. 사기는 사마 천의 목숨값이다. 중국을 넘어 세상에 준 고품격 선물이다. 중국 작가 루쉰(魯迅)은 "사기는 인간학의 교과서요, 시대의 고전"이라고 말했다.
소동파는 황제의 개혁정책을 비판하다가 사형에 처해질 위기에 놓였으나 민심이 그를 편들어 죽음을 면하고 유배를 당했다. 그 귀양지가 황주. 조조(曺操)와 주유(周瑜)의 '적벽대전'의 현장이었다. "영웅들은 물론, 그 100만 대군은 이제 진토(塵土)가 되었겠지. 왜 그토록 철천지 원수들처럼 싸웠을까. 천년이 쏜살처럼 지나갔다." 그 허무함이 '창해일속'의 모성이었다.
루미는 사마천과 소동파의 인간론과 대칭점에 있다. 놀랍게도, 무위당 장일순 선생(1928~1994)의 '나락 한 알 속의 우주'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작은 씨알 속에 흙과 물과 햇빛이 들어있고, 농부의 땀과 계절의 변화가 들어있고, 생명과 우주의 질서가 들어있다는 생태철학의 통찰이다. 네 분의 큰 스승들이 시공을 초월하여 한 자리에 모여앉아 곡차를 마시며 밤을 세워 토론하는 것 같다.
'큰 하나'(The Big One) 안에서 관점의 차이는 오히려 친화적으로 역동하고 있는 듯하다.
한 사람의 의문과 질문, 한 줄의 싯구, 목숨 건 양심적 결단이 세상을 좋은 곳으로 이끌고 간다. 구우일모와 창해일속은 인간을 미물로 확정하려는 말이 아니다. 그 각성 안에 초과학적 성장의 씨앗이 들어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