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물고기 갑상선 치료’ 성공한 최상호 “생명 존중의 시작 끝엔 풍요로운 물생활”

2026.06.17 12:02:09 12면

물고기 의사라는 별명 뒤 숨겨진 ‘수산질병관리사’
반려동물 문화 확산과 함께 반려어 가치관도 변해
국내 최초 물고기 갑상선 비대증 치료·완치, 논문 발표

 

저출산과 고령화, 가치관의 변화가 맞물리며 우리 주변의 집 풍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아이 없는 삶을 즐기는 딩크족, 혼자만의 공간을 꾸리는 1인 가구, 자발적으로 홀로 서기를 택한 비혼 가구까지. 익숙했던 ‘4인 가족’의 빈자리는 이제 저마다의 방식으로 채워진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반려동물’이 자리하고 있다.

 

오늘날 반려동물은 단순히 외로움을 달래주는 존재를 넘어 새로운 가족으로 자리하고 있다. 강아지와 고양이는 물론이고, 앵무새, 도마뱀, 햄스터, 물고기까지. 그 범위는 한계 없이 넓어지고 있다. 크기도, 생김새도, 성격도 제각각인 이들이 우리에게 주는 정서적 위안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 같은 사회적 변화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물고기 의사’ 최상호다. 그는 지난 2021년 SBS ‘TV 동물농장’에 출연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 방송에서 배에 생긴 거대한 종양으로 죽어가던 금붕어 ‘금이’를 종양 제거 수술로 살려내며 신선한 충격과 큰 감동을 선사했다.

 

물고기 역시 하나의 가족으로 자리 잡은 요즘, 그의 하루는 쉴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물고기병원’을 찾아가자 환자들을 돌보느라 정신없는 최상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30대 후반, 다소 늦은 나이에 도전해 찾은 꿈은 가는 길이 쉽지 않았다. ‘물고기 의사’라는 귀여운 별명 뒤에는 ‘수산질병관리사’라는 진짜 이름이 숨겨져 있었고, 이는 해양수산부에서 인정한 면허를 발급받아야만 가질 수 있는 직업이었다.

 

면허 취득도 쉽지 않다. 이를 위해서는 수산생명의학과를 졸업해야 하고, 졸업 후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으로 나뉜 시험을 치러 평균 60점 이상을 취득해야만 한다.

 

“의사는 보건복지부에서 면허를 발급해주고 사람을 진료합니다. 수의사는 농림축산부에서 취득하고, 동물을 진료하죠. 수산질병관리사는 수산동·식물을 담당합니다. 이 직업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어요. 질병 치료의 영역도 있지만, 해외에서 수입되는 생물들 속 미생물 검수를 통해 바이러스가 퍼지는 걸 막는 역할도 합니다. 물론, 저는 그 중 관상어 위주의 질병 치료를 주로 하지만요.”

 

 

최상호는 최근 국내 최초로 물고기 ‘갑상선 치료’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관련 논문도 발표했다. 그는 이번 사례를 가장 기억에 남는 진료로도 언급했다.

 

“물고기도 사람처럼 ‘갑상선 비대증’을 앓기도 합니다. 저는 이 사례를 미국의 수의사들이 적어둔 질병책에서 스쳐 지나가듯 본 적이 있었는데요. 당시 상태가 좋지 않은 혈앵무를 보자, ‘그때 책에서 봤던 질병이구나’라는 직감이 들었어요. 실제로 그에 관한 약을 쓰니까 눈에 띄게 호전됐고, 완치까지 됐습니다.”

 

물고기를 사랑하는 마음이 현재의 일상으로 이끌었다는 최상호는 최근 달라진 반려동물 문화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자신만의 포부도 전했다.

 

“반려동물 문화가 확산되면서 예전보다는 확실히 물고기도 생명을 존중하는 시점에서 바라보는 이들이 많아졌어요. 또 수산질병관리사를 육성하기 위한 대학교 내 학과 신설도 증가했고, 사육자들이 물고기에 대해 좀 더 쉽고 편하게 사육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틀이 다져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를 비롯한 ‘물고기 의사’들은 생명 존중 문화를 더욱 확산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반려어가 보내는 이상 신호와 사육 난이도가 낮은 반려어 종류 등 실생활 꿀팁도 공개했다.

 

말을 하지 못하는 물고기들은 ‘행동’과 ‘먹이 반응’을 유심히 봐야 한다. 만일 반려어가 바닥 구석에 앉아 있거나 둥둥 떠있는 경우, 몸에 이상 신호가 생긴 것일 수 있다. 먹이 역시 제대로 먹지 못한다면 사육자에게 아프다고 보내는 메시지일 수 있다.

 

“물고기는 행동으로 자신의 상태를 이야기합니다. 호흡이 빨라지거나 느려지는 등 호흡의 속도를 보면 상태를 예측할 수 있죠. 또 움직임이 무기력하거나 멍하니 떠 있거나 밥을 먹지 않는 경우에도 건강 이상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 물고기들은 영양 상태나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몸을 보호하고자, 점액이 분비되면서 퇴색 현상이 일어나는데요. 이때에도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물생활을 시작하려는 초보 집사들에게는 ‘자연 그대로의 물고기’를 추천했다.

 

“반려어를 건강하게 키우고 싶다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 중인 품종을 추천합니다. 근친교배와 같은 방법으로 탄생한 아이들은 유전적인 문제 등으로 질병을 가지고 있는 종이 많아요. 반려어와 건강하게 오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자연스러움’을 유지하고 있는 아이들을 데려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끝으로 최상호는 ‘물고기 의사’가 아닌 반려어를 사랑하는 한 명의 사육자로서 진심 어린 메시지를 전했다.

 

“물고기들은 말을 할 수 없고 주인만 바라보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약한 존재들이죠. 작은 생명체를 존중하고 귀하게 여기고, 소비제가 아닌 가족으로 대해주신다면 풍요로운 물생활을 모두들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경기신문 = 서혜주 기자 ]

서혜주 judyjudy1017@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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