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확은커녕 앞으로 몇 년 동안 농사도 못 짓게 됐습니다."
고양시 일산동구에서 과수원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사과나무 수십 그루를 굴착기가 파낸 구덩이 속으로 묻어야 했다.
6년간 정성껏 키운 나무들이었지만 과수화상병 확진 판정이 내려지면서 한순간에 사라졌다.
과수화상병이 경기지역 과수농가를 다시 위협하고 있다. 병에 걸린 나무는 불에 탄 것처럼 검게 변해 말라 죽는다.
더 무서운 것은 치료 방법이 없어 감염이 확인되면 나무를 뽑아 매몰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응책이 없다.
17일 경기도와 각 시·군 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최근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과 남사읍, 백암면 과수원 3곳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해 긴급 방제 작업이 진행됐다.
고양에서도 첫 발생 사례가 확인되면서 방역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과수화상병은 2015년 안성에서 국내 처음 발생한 이후 매년 경기도 과수농가를 불안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검역병 해충이다.
사과와 배를 중심으로 확산되며 한 번 발생하면 과수원 전체가 사실상 폐원 수순을 밟게 된다.
농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병 자체보다 이후의 시간이다. 현행 기준상 폐원 농가는 최소 18개월 동안 같은 부지에 과수를 다시 심을 수 없다.
이후 묘목을 심더라도 정상적인 수확까지는 5~6년이 더 걸린다. 한 번 감염되면 최대 8년 가까이 소득이 끊기는 셈이다.
실제 과수농가들은 보상금만으로는 생계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특히 최근 농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과수원 조성 비용이 크게 늘면서 피해 체감도는 더욱 커지고 있다.
경기도는 병원균 활동이 활발한 여름철을 맞아 예찰과 방제를 강화하고 있다.
의심 증상 신고가 접수되면 즉시 정밀검사를 진행하고 발생 농가 주변 지역에 대한 이동 제한과 긴급 방제를 실시하고 있다.
과수화상병이 발생지역 과수산업 전체를 위협하는 재난성 병해로 주요 배 주산지인 경기 남부지역에서 추가 확산이 발생할 경우 생산량 감소와 가격 불안이 발생하게 된다.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잎과 가지가 검게 마르는 증상이 보이면 즉시 신고해야 한다"며 "농기계와 작업도구 소독, 작업자 위생관리 등 기본 수칙 준수가 확산 방지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세균 하나가 수년간의 땀과 시간을 무너뜨리고 있다. 과수화상병과의 싸움은 지금도 경기지역 과수원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 경기신문 = 김태호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