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주의 책상풍경 세상풍경] 더 이상 책을 읽지 않는 사회

2026.07.16 06:00:00 15면

 

올여름은 유난히 뜨겁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소식에 문득 숫자 하나가 떠오른다. ‘화씨 451’. 종이책이 불타기 시작한다는 온도, 그리고 70여 년 전 출간된 디스토피아 소설의 제목.

 

미래 사회를 암울하게 담아낸 문학 작품을 읽고 있으면 소설 속에 그려진 세계가 지금 우리 사는 세상과 너무나 닮아있어 흠칫 놀라곤 한다. 조지 오웰은 ‘1984’에서 감시와 권력으로 자유와 진실이 통제된 사회를 그렸고, 올더스 헉슬리는 ‘멋진 신세계’에서 소비와 쾌락에 길들여져 사유가 마비된 사회를 그렸다. 그리고 ‘화씨 451’은 더 이상 책을 읽지 않는 사회를 그려내고 있다.

 

‘화씨 451’은 레이 브래드버리의 1953년 작품으로, 책을 압수해 불태우는 방화수(fireman)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방화수 소속 직원인 몬태그는 화재 진압이 아니라 신고를 받고 달려가 책을 태워버리는 일을 10년째 하고 있다. 이 소설이 더욱 기이하고 두렵게 다가오는 이유는 책을 불태우는 광기 어린 장면 때문만은 아니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책을 읽지 않게 되어 가는 과정이 지금 이 세상과 너무나 닮아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길고 복잡한 문장을 불편해하고, 자신과 다른 낯선 것을 마주하는 일을 꺼려한다. 자극적인 제목과 요약된 뉴스에 길들여지고, 단편적인 지식과 ‘사실’이라 믿어지는 정보들을 마구잡이로 받아들인다. 그러면서 스스로 사유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종일토록 화면을 들여다보며 그 안의 사람들을 ‘친척’이라 부르고 현실의 가족보다 가깝게 여긴다. 벽면 텔레비전이 달린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행복을 느끼고, 그런 자신을 자랑스러워한다.

 

오늘날 우리는 책을 불태우지는 않는다. 대신 읽지 않을 뿐이다. 금지하지는 않지만 펼쳐 보지 않고, 빼앗기지는 않지만 읽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저 멀리할 뿐이다. 휴대전화 하나로 온 세상의 정보를 접할 수 있고, 아무리 방대한 지식도 AI가 한순간에 요약해 주는 세상에 책을 읽는 일은 불편하기만 하다. 무겁고 두꺼운 책을 들고 다니며 길고 어려운 글을 읽어나가는 일은 비효율적이고 어리석은 일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독서 인구가 매년 줄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더 이상 새롭지 않은 소식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5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의 연간 독서율은 38.5%에 그친다.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을 모두 포함해 읽거나 들은 사람의 비율이다. 성인 10명 중 6명은 1년에 단 한 권도 책을 읽지 않는다는 의미다. 성인의 연간 독서량은 2.4권으로 이전 연도 3.9권보다 또 줄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다. 더 이상 책을 읽지 않는 사회는 그리 멀지 않다.

 

7월이다. 방학이 시작되고 휴가를 떠나는 계절이다. 공항도 기차역도 떠나는 이들로 북적인다. 올여름엔 가방에 책 한 권 넣어 보자. 멀리 가지 않아도 좋다. 가까운 동네 카페도 좋다. 잠시라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고, 온갖 짧은 영상과 자극적인 제목으로 넘쳐나는 화면에서 눈을 떼어 보자. 책 한 권 펼쳐 놓고 조용히 읽어 보자. 마음에 들어오는 문장 앞에 잠시 머무는 시간, 그 고요한 멈춤의 시간, 어쩌면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여행이고 휴식인지 모른다.

김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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