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1조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한다.
국민주권주의를 지방자치에서 구현하기 위한 대표적인 장치가 주민참여 제도다. 주민참여예산제와 주민소환, 주민조례발안, 주민투표, 주민감사청구, 주민소송 등은 주민이 지방행정에 직접 참여하는 통로다.
하지만 제도가 도입된 지 20여 년이 지났음에도 주민참여는 여전히 높은 문턱과 낮은 실효성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민이 정책을 제안하고 감시할 수 있는 제도는 마련됐지만 실제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 주민소환·조례발안…'참여는 가능하지만 성립은 어렵다'
주민소환은 주민이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의 해직을 직접 청구하는 제도다. 주민조례발안은 주민이 조례의 제정·개정·폐지를 요구하는 장치이며, 주민감사청구는 위법하거나 공익을 저해하는 행정에 대한 감사를 요청할 수 있는 제도다.
그러나 실제 활용에는 높은 문턱이 존재한다.
광역단체장 주민소환은 청구권자의 10분의 1 이상, 기초단체장은 15분의 1 이상, 지방의원은 20분의 1 이상의 서명이 필요하다. 여기에 시·군·구와 읍·면·동별 최소 서명 기준까지 충족해야 한다.
인구 약 1420만 명의 경기도를 기준으로 하면 142만 명 이상의 서명을 확보하더라도 지역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청구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주민조례발안도 인구 규모에 따라 수천~수만 명의 서명이 요구돼 주민 관심이 높지 않은 조례를 발안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주민감사청구 역시 지자체 조례가 정한 일정 인원 이상의 연서가 필요하다.
주민소송은 긴 소송 기간이 걸림돌이다. 2013년 제기된 용인경전철 손해배상 주민소송은 지난해 7월에서야 마무리됐다. 주민들이 제도를 활용해도 결과를 확인하기까지 10년 넘는 시간이 걸린 셈이다.
△ 주민참여예산도 실효성 논란…사업 중복 반복
대표적인 주민참여 제도인 주민참여예산제도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이 위원회를 통해 사업을 제안하지만 기존 행정사업과 중복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지역 현안을 지방의원이 대신 제안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주민참여예산이 기존 민원 처리 방식과 차별성을 보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배지환(국힘·아선거구) 수원시의원은 "주민참여 사업은 행정사무감사에서도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사안"이라며 "재정건전성이 중요한 상황인 만큼 예산과 사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참여보다 중요한 것은 결정권"…구조 개편 목소리
전문가들은 주민참여 제도의 핵심 문제를 '참여의 양'이 아닌 '결정권의 부재'에서 찾고 있다.
주민참여 제도는 단순히 주민 의견을 듣는 절차가 아니다. 주민이 지방행정의 주체로 정책을 제안하고 감시하며 의사결정에 참여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그러나 높은 청구 요건과 낮은 활용성, 행정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가 유지되는 한 주민참여는 '풀뿌리 민주주의'가 아닌 형식적인 절차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은정 수원경실련 사무국장은 "지방정부 조직과 인사체계를 보면 주민참여 제도가 핵심 업무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며 "구조적으로 주민참여의 중요도가 낮게 인식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형수 단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정부가 주민참여 확대를 정책의 중심에 두고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다면 주민자치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나규항·허애림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