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외과 오흥권 교수 연구팀, 직장암 수술 ‘측방 림프절 절제’ 선택 기준 제시… 국내 다기관 연구 결과 발표

2026.07.27 15:20:57

 

직장암 수술에서 오랫동안 논쟁이 이어져 온 ‘측방 골반 림프절’ 절제 여부를 수술 전 항암방사선 치료 반응에 따라 선택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치료에 잘 반응해 림프절 크기가 줄어든 경우 추가 절제를 하지 않아도 재발률과 생존율이 유의하게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오흥권 교수가 주도한 국내 8개 대학병원 공동 연구팀은 직장암 환자 844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는 분당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국립암센터, 칠곡경북대병원, 고려대 안암병원, 서울성모병원이 참여했다.

 

직장암은 골반 측면의 측방 골반 림프절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어, 표준 직장암 수술과 함께 해당 림프절을 절제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전이 위험을 낮추기 위한 조치지만, 수술 범위 확대에 따라 수술 시간이 길어지고 비뇨·생식기 기능과 관련된 신경 손상 등 합병증 위험이 증가하는 부담이 있다.

 

이로 인해 측방 골반 림프절 절제는 직장암 치료에서 지속적인 논쟁 대상이었다. 서양에서는 영상검사상 전이가 의심되는 경우에 한해 선택적으로 절제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일본에서는 중·하부 직장암 환자에게 예방적 절제를 폭넓게 권고해왔다. 특히 수술 전 치료로 림프절 크기가 감소한 환자에서 절제 필요성에 대한 근거는 충분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수술 전 MRI에서 측방 림프절 전이가 의심됐으나 항암방사선 치료 후 림프절 크기가 5mm 미만으로 감소한 환자 844명을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이들을 측방 림프절 절제군과 비절제군으로 나눠 치료 성적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두 군 간 5년 생존 및 재발 지표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5년 무병생존율은 절제군 77.1%, 비절제군 71.4%였고, 전체생존율은 각각 87.0%와 86.9%로 유사했다. 국소재발률은 3.1%와 5.3%, 측방 림프절 부위 국소재발률은 1.9%와 3.1%로 나타났다.

 

반면 수술 부담은 비절제군에서 뚜렷하게 낮았다. 평균 수술 시간은 비절제군이 237.9분으로 절제군(279.3분)보다 약 41분 짧았고, 수술 후 30일 이내 조기 합병증 발생률도 비절제군 19.6%, 절제군 27.0%로 절제군에서 더 높았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가 수술 전 치료에 잘 반응한 측방 림프절의 경우 추가 절제가 생존율이나 재발률 개선에 뚜렷한 이득을 주지 않는 반면, 환자 부담은 증가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치료 전 혈액검사에서 암의 활동성을 나타내는 CEA 수치가 높은 경우나 항문 보존이 어려운 저위 직장암 환자에서는 절제가 도움이 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연구팀은 치료 반응과 위험 요인을 함께 고려해 수술 범위를 조정하는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의학계에서 치료 효과를 유지하면서 치료 강도를 줄이는 ‘축소 치료’와 ‘반응 적응형 치료’가 확산되는 가운데, 이번 연구는 직장암 치료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시했다는 평가다.

 

오흥권 교수는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수술을 적용하기보다 수술 전 치료 반응에 따라 수술 범위를 조정하는 ‘반응 기반 맞춤 수술’의 근거를 제시한 연구”라며 “총 신보조요법이 국제 표준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치료 반응을 반영한 수술 전략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서양 간 권고가 엇갈려온 영역에서 국내 연구가 의미 있는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환자 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의 제1저자는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황성서 전공의이며, 연구 결과는 외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Annals of Surgery’에 게재됐다.

 

[ 경기신문 = 이양범 기자 ]

이양범 ybl0516@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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