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썰전] 물건의 장례식

2026.07.30 06:00:00 15면

 

지난 10일,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의 동물장묘시설 2기에 처음으로 불이 들어왔다. 도내 첫 공설 장묘시설인 ‘어름비 별하늘 쉼터’다. 그동안 제주에서 반려동물의 죽음은 처리하기 곤란한 일이었다. 폐기물관리법상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거나, 동물병원에 폐기물로 맡기거나, 업체를 통해 육지의 시설로 보내는 수밖에 없었다. 묻으면 과태료다. 지난해에만 600여 구의 사체가 항공기 화물칸에 실려 바다를 건넌 것으로 알려졌다. 섬에는 배웅할 곳이 없었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서 반려동물의 죽음을 겪은 이들이 가장 많이 택한 방식은 ‘직접 땅에 묻음’(38.6%)이었다. 장묘시설을 이용하지 않은 이들은 64.1%였다. 가장 흔한 애도가 위법인 셈이다.

민법의 ‘물건’과 폐기물관리법의 ‘폐기물’은 엄밀히는 서로 다른 법적 분류다. 그러나 두 법은 동물의 삶과 죽음을 인간의 소유와 처리 대상으로 다뤄왔다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 살아 있을 때는 물건이고, 죽은 뒤에는 폐기물이다.

 

법무부가 이달 공개한 여론조사(한국갤럽, 성인 1000명)는 법과 인식의 어긋남을 숫자로 보여준다. 민법에서 동물을 일반적인 물건과 구별해 규정해야 한다는 응답은 87.8%. 정작 눈여겨볼 대목은 따로 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1.2%가 동물이 법적으로 ‘물건’으로 취급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인 사회와 물건으로 분류하는 법전이 서로 다른 시대를 살고 있는 셈이다.

 

다른 나라들은 이 간극을 법으로 좁혔다. 오스트리아는 1988년, 독일은 1990년 민법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고 명시했다. 프랑스는 2015년 민법에서 동물을 “감응력 있는 생명체”로 규정했다. 독일은 2002년 ‘동물보호’를 국가의 책무로 기본법에 새겼다.

 

한국도 시도는 했다. 법무부는 2021년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를 담은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정부안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법안은 2023년 법사위 소위에 두 차례 상정됐지만 의결되지 못한 채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법원행정처는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신중 검토' 의견을 냈고, 22대에서 재발의된 법안 앞에서도 같은 의견을 반복했다. 그리고 이달 16일, 법무부는 토론회를 열었다. 5년 전 여야가 합의했다는 사안을, 국민 열에 아홉이 찬성하는 사안을, 다시 '토론'하는 것이다. 정치학은 이런 현상을 '무의사결정(non-decisionmaking)'이라 부른다. 의제를 죽이는 가장 조용한 방법은 반대가 아니라 무기한의 검토다. 부결되는 것이 아니다. 표결에 오르지 않을 뿐이다. 논의는 어느새 회피의 형식이 된다.

 

법이 결정을 미루는 동안에도 죽음은 입법을 기다리지 않았다. 남겨진 이들에게는 당장 작별할 곳이 필요했다. 그 빈자리를 메운 곳은 일부 지방정부였다. 지자체가 직접 세운 동물장묘시설은 오랫동안 전북 임실 한 곳뿐이었고, 제주가 두 번째다. 어름비의 두 화장로에서는 하루 열 마리 남짓을 화장할 수 있고, 유골도 한 곳에 안치할 수 있다. 이곳에서 반려동물의 죽음은 폐기물의 처리가 아니라 한 존재를 떠나보내는 장례가 된다.

 

시민이 ‘가족’이라 부르는 반려동물을 법은 여전히 ‘물건’으로 다룬다. 제주에서는 화장로가 법보다 먼저 왔다.

강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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