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쯤으로 기억한다. 여성운동단체를 떠나 시민자원봉사운동 단체에 첫발을 들여놓으면서 원로시민(Senior Citizen)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다. 원로(元老)는 오랜 경험과 덕망을 갖춘 어르신을 일컫는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모든 노인을 원로라고 부르지는 않았다. 아무튼 당시의 내게 원로시민은 무척 생경했으나 신선했다.
미국에서의 원로시민(Senior Citizen / 元老市民)을 직역하면 20세기 중반부터 널리 사용된 표현으로 ‘연장자 시민’이다. 연령 기준의 행정적·사회적 범주로서의 의미가 강하다. 한국에서는 영어를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특히 시민이라는 단어가 민주주의와 시민사회 개념과 결합하면서 단순한 노인이 아니라 사회구성원으로서 계속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더해졌다. 일정 연령 이상의 고령자로서 사회적으로 존경받으며 경험과 지혜를 나누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따라서 원로시민은 ‘경험과 공로를 인정받는 연장자로서 존경받는 어르신’이라는 이미지가 중심이 된다.
이후로 지금까지 사반세기가 훌쩍 지나갔다. 얼마 전 서울시자원봉사협의회 주최로 외부 강사를 초청한 원데이 워크샵이 진행되었는데 특강 연사가 ‘선배시민의 이상(理想)이 일상(日常)이 되도록 상상(想像)하라’고 강조한다. 이날의 강연 주제는 ‘행동하는 선배시민’으로 기억한다. 나는 갑자기 눈이 번쩍 뜨였다. 과거를 다시 한 번 소환하지 않더라도 그 용어에는 신선함과 더불어 예의와 격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원로시민에서 선배시민으로’.
이 워크샵에 참여한 시간은 나에게 많은 시시점을 던져주었다. 선배시민(先輩市民)이란 노인을 단순한 복지의 수혜자 또는 돌봄의 수혜자가 아닌, 풍부한 삶의 지혜와 경륜을 바탕으로 권리와 의무를 다하며 후배시민들과 함께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주체적인 존재임을 강조한다. ‘노인’ 또는 ‘어르신’이라는 수동적인 호칭을 넘어 자신의 권리를 자각하고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하며, 다음 세대를 돌보고 이끌어가는 사회의 어른으로서 역할을 하는 세대로 진화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 개념은 2009년 무렵부터 ‘선배시민’이라는 용어를 특별한 의미를 담은 담론으로 발전시켜 한국에서 비교적 최근에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개념인데, ‘먼저 살아온 경험을 사회와 후배세대에 나누고 공동체 문제해결에 참여하는 시민’이라는 적극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즉, 복지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의 주체라는 철학을 강조한다. 그래서 선배시민은 √봉사활동 √정책참여 √세대간 교육 √지역사회 활동 등을 적극적으로 하는 노년상을 말할 때 많이 사용된다. 따라서 핵심은 ‘나이가 많으니까 존중받는다’가 아니라 ‘경험을 바탕으로 계속 시민의 역할을 수행한다’가 적확한 답이 아닐까 싶다.
‘나이듦을 배우다’의 저자인 미국 메인대학교 마거릿 크룩생크 교수의 말이 한여름의 나른한 온도를 버티고 있는 나의 뇌를 일깨운다.
“노인은 남의 영토를 무단침입하는 칡넝쿨같은 종이 아니라 사회의 엄연한 일원이며, 다른 사람들과 상호 연결되어 있는 존재이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자원이고, 깊은 우물이어서 그들을 잘 돌본다면 가족과 학교, 지역공동체, 사람들의 의식에 상상 이상으로 많은 것을 돌려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