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유럽연합에서는 AI법이 2024년 7월에 제정되어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은 AI 시스템을 위험 수준에 따라 분류하고, 소비자보호를 위해 용인할 수 없는 위험 시스템은 완전히 금지하며, 높은 위험 시스템에는 강력한 데이터 거버넌스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2025년도에 제정되어 2026년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AI기본법(공식적인 법이름은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약칭: 인공지능기본법)임)은 인공지능 기술의 혁신을 촉진하는 동시에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활용 환경을 조성하여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즉, AI 산업 육성과 진흥에 역점을 둔 최초의 AI 기본법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으나,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규정은 대단히 미흡하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AI는 금융서비스, 의료상담, 고객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상적인 활용이 증대되고 있지만, 개인정보 침해, 알고리즘 편향, 허위정보 생성, 불공정 거래 등 새로운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현단계에서 소비자법과 인공지능기본법이 상호 보완적 관계를 고려하여 AI소비자법의 제정이 시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기존 소비자기본법상의 8대 소비자기본권은 AI 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 AI 환경에 적합한 다음과 같은 새로운 소비자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첫째, 인간과 상호작용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소비자는 AI 상담이나 자동화된 의사결정 과정에서 필요하면 인간 상담자나 담당자의 판단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AI가 인간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인간의 감독과 책임 아래 운영되는 것이 소비자의 신뢰를 높이는 길이다.
둘째, 알고리즘 설명요구권을 명확히 보장해야 한다. AI가 상품 추천이나 대출 심사, 보험 인수, 가격 결정 등을 수행하는 경우 소비자는 어떤 기준과 데이터에 의해 그러한 결과가 도출되었는지 설명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알고리즘의 투명성은 소비자의 자기결정권과 공정한 거래를 보장하는 핵심 요소이다.
셋째, AI 결정에 대한 개입 및 거부권이 필요하다. 소비자는 AI가 내린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인간의 재심사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하며,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자동화된 의사결정을 거부하고 인간 중심의 서비스를 선택할 권리도 보장되어야 한다.
넷째, 디지털 포용권을 강화해야 한다. AI 기술이 확대될수록 고령자, 장애인, 디지털 취약계층이 소비시장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접근성을 높이고, AI 활용 교육과 지원을 확대하여 모든 국민이 AI의 혜택을 공정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AI가 생성하는 허위정보와 딥페이크, 개인 맞춤형 광고를 통한 소비자 기만, 개인정보 오남용 등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고, 소비자 피해 발생 시 신속한 분쟁조정과 집단적 피해구제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결국 기존의 소비자관계법이 인간을 위한 법이었기 때문에, 인간과 AI가 상호 신뢰 속에서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소비환경을 구축하는 제도적 보완이 현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임을 강조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