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푸른 녹음 사이로 강렬하게 쏟아지던 햇살, 눅눅한 공기를 가르던 시원한 바람, 파도가 부서지던 해변의 낭만, 낯선 여행지에서 쏟아지던 소나기를 피하며 당황하던 그 순간, 혹은 잊지 못할 사람들과 함께 나눈 소소한 그 일상까지. 눈부시게 아름답고 오감을 자극하던 지난 여름날의 파편들이 기억의 수면 위로 슬며시 떠오른다. 올해도 변함없이 찾아 들은 계절, 그 여름이 지금 한창이다. 여름은 절기상으로는 통상 6월에서 8월까지를 의미하나, 실제로는 점점 그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여름은 다양한 얼굴을 지닌다. 여름은 휴가와 재충전의 계절이다. 대다수 사람들이 이 시기에 휴가를 떠난다. 등산과 캠핑 등 야외 활동도 활기를 띤다. 특히 바다, 계곡, 워터파크 등 시원한 물놀이를 즐기기에 최적의 계절이다. 또 프로야구 등 각종 스포츠 활동이 시즌을 맞이함에 따라 이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수박, 복숭아, 포도 등 수분 함량이 높고 달콤한 제철 과일을 맛볼 수 있어 건강과 맛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 여기에 노을이 질 무렵 시원한 등나무 아래서 가볍게 마시는 달콤한 한잔의 썸머와인(summer wine)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여름은 열정과 낭만의 계절이다. 정열적인 여름은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뜨거워진다. 이글거리는 태양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정열적인 여름은 뜨거운 열정과 에너지가 넘친다. 무엇보다 여름의 상징은 바다일 것이다. 여름 바다는 단순한 장소를 넘어, 시간이 지나도 문득 떠오르는 소중한 장면들을 선물해준다. 일렁이는 파도를 넘어 바다 저쪽 먼 곳에는 햇빛을 머금은 은빛 물결이 찬란하게 반짝인다. 한낮의 뜨거웠던 태양이 식어가며 바다와 하늘을 붉게 물들이던 순간, 파도 소리를 들으며 걷던 모래사장의 촉감은 아직도 내 마음 깊은 곳에 남아있다.
어둠이 내려앉은 밤바다 풍경은 낮의 활기찬 모습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눈앞에 끝을 알 수 없는 짙은 감청색 수평선이 펼쳐진다. 또 낮에 은빛으로 반짝이던 윤슬은 밤이 되면 달빛을 받아 차가운 은백색이나 금빛 선으로 길게 늘어지며 물결 위를 일렁인다. 찰랑대는 파도 소리도 더욱 가깝고 선명하게 들려온다. 수평선 너머로 점점이 박힌 어선들의 불빛은 마치 하늘의 별이 바다로 내려앉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낮의 열기가 가신 뒤 밀려오는 바람은 약간 습하면서도 기분 좋은 서늘함을 머금고 있어 청량감마저 든다.
여름은 눈부신 햇살과 생동감이 넘치는 계절이지만, 동시에 높은 기온과 습도로 인해 생활의 불편함도 따른다. 과도한 더위로 체력이 쉽게 소진되며, 밤에도 기온이 내려가지 않는 열대야로 인해 숙면을 취하기 어렵다. 또 습도가 높아 땀 흘림과 끈적거림이 심해져 불쾌지수가 높고 일상생활 속 스트레스가 커질 수 있다. 모기, 초파리 등 해충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라 위생 관리와 방충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아울러 음식이 쉽게 부패하여 식중독 위험이 크며, 냉방병이나 일사병 같은 온열 질환에 노출되기도 쉽다.
각종 조사에 따르면 사계절 중에서 여름을 가장 싫어한다고 답한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더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데다, 더위를 막는 데는 추위와는 달리 한계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매사가 귀찮고 짜증스럽기만 하다. 여기에 갈수록 그 여름이 길어지고 있다. 이제는 1년의 절반인 6개월 정도가 여름인 것 같다. 생각만 해도 더워지고 막막하다. 그래도 마음 한편에는 열정적인 여름의 낭만이 기다려진다. 이런 상황에 꼭 들어맞는 말이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