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권보호전담관’의 역할이 막중하다

2026.08.26 06:00:00 31면

“학교 현장의 혼란” 우려에도 귀 기울여야

지난 2023년 서울 서이초에서 교사 사망 사건이 일어났다. 경찰은 “고인은 작년 부임 이후 학교 관련 스트레스를 겪어오던 중 올해 반 아이들 지도, 학부모 등 학교 업무 관련 문제와 개인 신상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심리 부검 결과 “학급 아이들 지도 문제와 아이들 간 발생한 사건, 학부모 중재 등 학교 업무 관련 스트레스와 개인 신상 문제로 인해 심리적 취약성이 극대화돼 극단적인 선택에 이른 것으로 사료된다”고 추정했다.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교권 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가 강화됐다. 그러나 현장에서 교사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그리 크지 않았다. 여전히 교실은 반복되는 민원과 고소에 짓눌려 있는 상태다. 교사와 학생의 피해도 여전하다. 지난 18일 방송된 MBC ‘PD수첩’은 민원·고소에 대비해 법률 대응부터 준비하는 학교 현장의 모습을 보여줬다.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를 녹취하는 비교육적이고 충격적인 내용도 담겼다.

 

지역교권보호위원회는 지난해 공식 집계된 교육활동 침해 건수가 3776건이라고 밝혔다. 한국교총도 조사 대상 교사 10명 중 8명이 “교육활동 침해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사(72.3%)는 신고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보복 민원에 대한 우려와 심리적 부담 때문이었다.

 

이에 적극적으로 나선 곳이 경기도교육청이다. 안민석 교육감은 22일 교육 현장의 갈등에 직접 대응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교권보호단’ 발대식을 개최했다. 교권보호단은 사실 확인과 법률 자문, 심리 상담·회복, 사후 관리 등을 지원한다. 교실의 위기에 공감해 교권보호전담관이 되고자 나선 지원자만도 1800여 명에 달했다. 이에 도교육청은 선발 규모를 당초 50명에서 300명으로 확대했다.

 

지난 10일 최종 선발된 교권보호전담관 300명 중에는 변호사·의사·경찰과 갈등 조정 전문가, 상담사, 전 인권위 조사관, 국제 행동분석 전문가 등 각 분야 전문가와 교원, 도민 등이 포함돼 있다. 전담관들은 아동학대 피신고, 중대한 교육활동 침해, 악성 민원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교원을 대상으로 사안 발생 초기부터 종결까지 1대 1로 전담 지원한다.

 

교권보호단의 ‘1호 사안’은 부천오정초교 악성 민원 학부모에 대한 형사고발이었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해당 교사는 아동 간 다툼을 중재했다가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렸다. 이 학부모는 교사를 대상으로 아동학대 혐의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냈으며, “법 테두리 안에서 미치도록 괴롭히겠다”(MBC 보도)는 폭언까지 퍼부었고 학교 앞에서 피켓 시위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안 교육감은 10일 “중대한 교육활동 침해 사안”이라며 부천오정경찰서를 직접 방문해 교육감 명의의 형사고발장을 제출한 것이다.

 

안 교육감은 “학부모가 교사에게 사과하고 교사에 대해 제기한 소를 취하하겠다고 했지만, 교사와 학교 측 입장을 고려해 고민 끝에 고발을 결정했다”며 “학교를 흔들고 선생님을 협박하는 행위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안 교육감의 의지가 드러났다.

 

지난 13일과 18일에는 교권보호전담관의 현장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연수도 실시됐다. (관련 기사: 경기신문 8월 19일 자 인터넷판 ‘경기도교육청, 교권보호전담관 역량 강화 연수 성료’) △아동학대 피신고 △중대한 교육활동 침해 △악성 민원 등 주요 사안에 대한 대응 절차와 방법이 소개됐고, 유형별 대응 매뉴얼을 중심으로 실제 사례와 대응 전략도 공유했다. 안 교육감도 연수에 참석했다. 안 교육감은 “선생님을 지키면서 대한민국 교육을 되살리는 매우 막중한 역할”이라며 교권보호전담관들을 격려했다.

 

“교원의 안전과 인격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안 교육감의 뜻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기존 조직과 신규 제도 간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으면 학교 현장의 혼란만 커질 수 있다”는 엄교섭 도의원의 지적에도 귀를 기울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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