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원 공유냉장고’ 등 십시일반 정책 더 발전시켜야

2026.09.01 06:00:00 15면

2018년 처음 설치… 정부 먹거리 복지 ‘그냥 드림’의 원조

수원시의 ‘공유냉장고’, 보건복지부의 ‘그냥드림’ 등의 정책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십시일반 정책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옛날 불우한 이웃들의 굶주림을 외면하지 않았던 의로운 부자들의 정신은 발전적으로 계승돼야 한다. 아무리 경제가 발전해도 빛을 받지 못하는 그늘은 있기 마련이고, 그 어둑한 공간의 민생을 헤아리는 정책은 더욱 절실해진다. 후덕한 인심을 증명하는 정책개발 동력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수원시 곳곳에 놓인 ‘수원 공유냉장고’는 지역 주민이 자유롭게 먹거리를 나누며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사랑·나눔·공유 프로젝트’다. 시민이 음식을 채워놓으면 필요한 사람이 별도 신청 없이 가져갈 수 있는 방식이다. 공유할 수 있는 음식은 채소 등 식자재를 비롯해 과일, 반찬, 통조림 등 가공품, 냉동식품, 음료수, 곡류, 빵, 떡 등이다. 유통기한이 3일 이상 남은 식품만 넣을 수 있다. 음식이 필요한 시민은 별도 신청 절차 없이 공유냉장고에서 필요한 음식을 가져가면 된다.


‘수원 공유냉장고’는 지난 2018년 수원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권선구에 처음 설치하면서 시작됐다. 현재 수원 시내에는 모두 42개소가 운영되면서 시와 시민사회가 함께 먹거리 나눔 기반을 만들고 있다. 수원시의 이 같은 먹거리 나눔 방식은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2월 시작한 ‘그냥드림’ 사업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냥드림’은 갑작스러운 생계 위기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복잡한 신청 절차 없이 기본 먹거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사업이다. 현재 전국 300여 개 사업장에서 운영되고 있다.


수원시에서도 지난 5월 8일부터 팔달구 매산로 86에 있는 해누리푸드마켓에서 ‘그냥드림’을 운영하고 있다. 곡류와 면, 빵류 등 기본 먹거리와 생필품을 제공한다. 해누리푸드마켓 ‘그냥드림’은 공휴일을 제외한 매주 월·수·금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 등으로 지원이 필요한 시민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며, 2만 원 상당의 먹거리와 생필품을 받을 수 있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이웃이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 생존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유용한 비상벨을 고안하여 설치하는 일은 정부와 국민이 힘을 흔연히 합하여 추진할 때 비로소 시너지 효과가 나온다. 정부를 비롯한 위정자들이 국민을 위해 더욱 공을 들여야 할 대목이다. 


역사 속에 나오는 옛날 의로운 부자들의 선행 일화에는 평범한 사람들이 범접하기 힘든 귀한 철학이 있다. 기억 속에 남을만한 그런 위인 가계는 영남에서 경주 ‘최부잣집’과 호남의 구례 운조루(雲鳥樓)의 ‘류 부잣집’이 대표적이다. 선인들이 실천한 의로운 정신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교훈으로 작동한다. 


경주 최부자집 교훈의 핵심은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정신으로 대표된다. 정직한 축적, 공정한 계약, 사회적 책임, 나눔과 배려를 실천한 참다운 의부(義富)로 평가받는다. 가훈으로 내려오는 육훈(六訓)과 육연(六然)은 부유층이 지녀야 할 덕목으로 오늘날까지도 소중한 교훈이 되고 있다.


구례 류 부잣집 운조루에는 200년이나 된 ‘쌀독’이 있다. 쌀이 2가마니 반이나 들어가는 원통형 뒤주의 아랫부분의 마개에는 “누구나 마개를 돌려서 쌀을 빼 갈 수 있다”는 뜻의 ‘타인능해(他人能解)’가 적혀 있다. 배고픈 사람은 누구든 쌀을 가져갈 수 있도록 했던 것이다. 류씨 집안이 마을 사람들에게 베푼 쌀은 한 해 수확량의 20%나 됐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나라를 정말 살기 좋은 삶터로 발전시켜가기 위해서 개발해야 할 정책 방향은 다양할 것이다. 그러나 ‘수원 공유냉장고’의 사례에서 보듯이 곤경에 처한 국민이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비상벨을 곳곳에 설치하는 일은 더없이 소중하다. 각 분야를 살펴보면 중요한 ‘나눔’ 정책 수단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공유냉장고’와 ‘그냥드림’ 정신은 더 넓게 확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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