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사기록 유출과 저열한 여론몰이, 이것이 한동훈식 ‘검증’인가

2026.09.11 06:00:00 15면

녹취록 편집· 왜곡 폭로도 과거 특수부 수사방식과 다르지않아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연일 쏟아내는 이른바 ‘폭로전’이 도를 넘고 있다. 국회의원의 정당한 인사 검증 권한이라기엔 그 방식과 의도, 내용이 지나치게 불온하고 저열하다. 검찰 수사 기록이나 관련자 통화 녹취를 매일 소셜미디어에 중계하듯 뿌려대며 여론재판을 주도하는 모습은 법무부 장관 출신 정치인의 모습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법치와 절차적 정의를 수호해야 할 전직 법무부 장관이 앞장서 사법 질서를 교란하고 제도적 검증의 장을 진흙탕 싸움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공개된 자료들의 출처와 성격이다. 한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리는 문건과 상세 녹취록들은 검찰 내부 수사팀이나 수사선상 핵심 관계자들만 접근할 수 있는 내밀한 형사사법 기록들이다. 최근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마저 “내부 유출이라면 명백한 범죄”라고 지적했듯, 이는 형법상 공무상비밀누설죄와 피의사실공표죄의 테두리를 넘나드는 중대한 불법 소지가 있다. 검찰 내부의 기득권 카르텔이 특정 정치 세력과 결탁해 미가공 수사 기록을 통째로 넘겨주고, 이를 정치적 무기로 휘두르고 있다면 이는 인사청문회 제도의 근간을 파괴하는 헌정 유린 행위다.

 

더욱이 한 의원이 취사선택해 내놓는 폭로의 실체를 뜯어보면 조작에 가까운 ‘짜깁기’와 ‘맥락 거세’의 흔적이 짙다. 앞뒤 전후 사정과 법리적 판단 과정을 의도적으로 생략한 채, 오직 대중의 말초적 흥미와 분노를 자극하는 파편적 대화 토막만을 교묘하게 배치했다. 사건 당사자인 강세찬 씨 재판 등을 통해 김 후보자의 금품 수수나 직접적 로비 관여 여부에 대해서는 이미 무죄가 내려졌음에도, 한 의원은 마치 거대한 부정부패가 숨겨져 있었던 양 교묘한 궤변으로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이러한 공세가 치명적인 자가당착인 까닭은 당시 사건을 지휘·감독하는 법무부 장관이 한동훈 자신이었다는 사실이다. 검찰청법 제8조에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한다고 명문화돼 있고, 검찰보고사무규칙 제3조 제1항 제3호에는 국회의원의 수사에 대해 검찰은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이 규정돼 있다. 본인이 사건 전모를 보고받으면서 2년여에 걸쳐 고강도의 강제 수사를 했음에도 당시 검찰은 김 후보자를 기소하지 못했고, 함께 거론되던 야당 중진 의원들은 정식 참고인 조사에도 이르지 못했다.

 

폭로를 포장하는 언어의 천박함은 기가 막힐 정도다. ‘룸싸롱’, ‘오빠’, ‘청탁’ 같은 자극적이고 원색적인 단어를 집요하게 반복하며 공적 영역의 정책·도덕성 검증을 사적이고 부적절한 스캔들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노골적이다. 정파적 이해를 떠나 국회 인사청문회는 공직 후보자의 국정 수행 철학과 자질, 도덕성을 엄정하게 가려내는 헌법적 검증의 공간이다. 이를 흥미 위주의 황색 저널리즘 수준으로 끌어내려 여론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것은 검증이 아니라 폭력적인 인격 살해일 뿐이다.

 

오죽하면 보수 진영 내부에서조차 그 저열한 수법에 거센 직격탄을 날리고 있겠는가.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기 핸드폰은 스무 자리 이상 비번을 걸어 아무도 못 보게 해놓고 남의 핸드폰은 얄팍한 법 지식을 활용해 무제한 훔쳐보면서 편집까지 했다면 이런 비열하고 야비한 짓이 어디 있느냐”라며 “‘서초동 편집국장’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었겠나, 정치가 저렇게 저열하고 야비해서야 원”이라고 질타했다. 국민의힘 다수 의원들도 한동훈 의원의 행태에 비판적이다.

 

한동훈 의원은 지금이라도 장외 선동과 기획성 폭로를 중단해야 한다. 합법적으로는 입수가 불가능한 수사 기밀을 선별적으로 누설하며 정치적 재기를 도모하려는 얕은수는 국민을 기만하는 구태일 뿐이다. 아울러 수사기관 역시 내부 수사 자료가 어떤 불법적 경로를 통해 정치권에 흘러들어 갔는지 철저히 감찰하고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밀실에서 유출된 수사 기록과 천박한 프레임 씌우기로 민주주의적 검증 시스템을 훼손하는 행태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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