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역 수급자는 못 받습니다”…경기북부 요양원 입소 장벽

2026.09.14 17:22:24 1면

북부 10개 시·군 중 5곳 타지역 의료급여 수급자 입소 제한
장기요양 시설급여 ‘지방비 100%’…2023년 6170억→올해 9300억 원
시·군 “재정부담에 불가피” vs 수급자 “시설 선택권 침해”

 

경기도 내 일부 시군이 타 지역 의료급여 수급자의 관내 노인요양시설 입소를 사실상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정부가 장기요양 시설급여를 전액 지방비로 부담하는 구조가 원인으로, 취약계층의 시설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 북부 10개 시군 가운데 고양·의정부·양주·포천·동두천 등 5곳이 타지역 의료급여 수급자의 관내 요양시설 입소를 제한하는 자체 지침을 운영하고 있다.

 

제한 기준은 시군마다 다르다. 고양·의정부시는 전출 지자체가 비용을 부담하기로 사전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경우에만 입소를 허용하고 있다.

 

동두천시는 관내에 보호자인 혈연관계자가 거주할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양주시는 관내 4촌 이내 혈족 등 연고자가 있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포천시는 요양시설 1곳당 타지역 의료급여 수급자를 연간 1명만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제한의 배경에는 장기요양 시설급여의 재정 구조가 있다. 의료급여는 국비 80%, 지방비 20%로 부담하지만 장기요양 시설급여는 국비 지원 없이 지방비 100%로 충당한다. 경기도와 시·군이 각각 절반씩 부담하는 구조다.

 

도와 31개 시군이 부담하는 장기요양 재가·시설급여 지방비 예산은 2023년 6170억 원에서 올해 약 9300억 8600만 원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서울 등 다른 지역의 요양 인프라 부족으로 경기 북부에 시설이 집중되면서 해당 지자체의 재정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게 시군의 설명이다.

 

신규 시설을 제한하는 ‘지정총량제’ 역시 시군마다 적용 기준이 달라 규제가 상대적으로 적은 인접 지역으로 시설이 몰리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 북부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의료급여 수급자 1인당 수백만 원이 드는 시설 이용 비용을 시도비로 감당해야 한다”며 “타지역 수급자까지 무제한으로 유입되면 시 재정으로 감당하기 어려워 자체적인 제한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반면 수급자 측에서는 경제적 형편과 거주지를 이유로 원하는 시설을 선택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한다.

 

한 입소 희망자 가족은 “형편이 어려운 기초수급자라는 이유로 원하는 지역의 요양원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거주, 이전의 자유와 시설 선택권을 박탈하는 명백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전출·전입 지자체 간 시설급여 비용을 정산할 수 있는 제도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조광명 시사평론가는 “경기도 차원에서도 시군별로 다른 입소 기준과 시설 수급을 조율할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경기도가 초고령층에 집입한 상황인 만큼 복지 확대 차원에서 공공 거점 요양 인프라 확충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부담이 막대한 시군에 타지역 수급자를 무조건 받으라고 강제할 수는 없는 현실”이라며 “서울 등 외부 수급자를 대거 받았다가 정작 관내 어르신이 자리가 없어 입소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병원에 가면 의료급여 국비가 80% 지원되는데, 요양원 돌봄은 전액 지방비로 떠넘겨져 있는 제도 간 모순이 근본적인 문제”라며 “국비 지원 건의를 꾸준히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서혜주 기자·김해일 수습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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