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에 탔던 승용차의 기름값을 5년 모으면 현재 타고 다니는 차 가격과 맞먹습니다”
김모(48, 수원시 금곡동)씨는 지난달 말 5년동안 탔던 휘발유차를 가스차로 바꿨다. 5년동안 애지중지해 왔기 때문에 차의 성능에도 아무 이상이 없었지만 차량 유지비가 지난해보다 2배로들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작년까지만해도 5만원이면 15일은 넘게 타고 다녔는데 지금은 1주일도 못탄다”며 “휘발유차보다 승차감은 떨어지지만 연료비가 크게 절약돼 가계에 큰 보탬이 된다”고 말했다.
최근 국제유가의 급등으로 침체된 내수가 더욱 위축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는 데다, 중동산 두바이유의 현물가가 9일보다 0.6달러 오른 55.33달러를 나타내면서 시민들 사이에서 석유류 관련 세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10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현재 정유사들이 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 가격은 1천370원으로 특소세.교육세.주행세.부가세 등 세금 합계 금액만 868.47원으로 63.4%에 이르며, 세금전 공장도 가격 501.53원보다도 높은 수치이다.
특히 대한석유협회가 올해 4월을 기준으로 OECD 가입국의 휘발유 실질가격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휘발유값이 100일 때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일본은 14.6~57.3에 그쳐 우리나라보다 40% 이상 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휘발유에 부과되는 유류세를 내려 기름값을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모씨(38, 화성시 우정읍)는 “최근 기름값을 감당할 수 없어서 가스보일러로 바꿨다”며 “마을 주민의 대부분이 태양열이나 심야전기 등으로 난방 시설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유씨는 또 “기름값 절반이 세금이라는데 세금이라는 것 자체가 국민 복지를 위해 쓰이는 것인 만큼 세금을 낮춰서라도 어려운 서민들이 살 수 있게 해야 하는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혔다.
시민단체들 역시 세금인하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유가가 상승하면 당장 자동차 연료비부터 공산품 가격 등 석유를 쓰는 모든 제품의 가격과 서비스 기관의 요금이 상승 할텐데 서민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10년타기운동본부의 임기상 대표도 “97년에 비해 자동차 가격은 15% 상승했는데 기름값은 97년 830원에서 1천540원으로 2배에 가깝게 상승했다”며 “가짜 휘발유 판매가 기승을 부리는 것도 과도한 세금을 피하려는 것인 만큼 현재의 높은 유가 수준을 감안할 때 세수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교통세를 내려 국민 부담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휘발유에 붙는 교통세를 L당 150원 인하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한 전국경제인 연합회의 진용한 선임조사 역도 “경제침체 속에 기름값이 올라 서민들이 더욱 큰 고통을 겪고 있고, 기업들도 고유가로 원가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정부가 세수 감소를 우려해 유류세를 그대로 방치하면 경기회복이 지연될 수 있으며, 대다수의 나라들이 원유에 대한 관세를 무세화 해 자국의 석유산업과 관련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지지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수출경쟁력유지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도 원유에 대한 무세화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