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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낙성연도(落成宴圖)의 미스터리가 풀리다

 

수원문화재단에 부임한지도 세 달이 다가온다. 4월 중순에 부임하자마자 2016 수원연극축제, 2016 경기수원항공과학전, 그리고 2016 아시아 모델페스티벌 IN 수원 등 굵직굵직한 행사를 치르다 보니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른다.

또한 바로 다음달 2016 수원국제음악제가 기다리고 있고, 이어 9월에 2016 수원재즈페스티벌, 10월에는 제53회 수원화성문화제와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 행사를 서울시와 공동으로 치르게 된다. 과연 이 모든 행사들을 잘 치러낼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과 같다.

특히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 행사는 220년 전 정조대왕 능행차의 단순한 재현 행사로서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220년 전의 정조대왕 능행차는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 사도세자와 환갑을 맞아하신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향한 효행의 길이었다. 군주가 몸소 효를 실천함으로서 만백성들에게 모범을 보인 것이다. 또한 백성들이 자유롭게 군주의 능행차 길을 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어머님 환갑연에 수원의 노인들을 초대하여 배불리 먹이고, 성역 축조에 동원된 백성들에게 합당한 노임을 지불하는 등 백성들을 존중하고 무한히 배려하였던 애민의 길이기도 했다.

이런 정조대왕의 능행차를 어떻게 현대적 의미로 재창출해내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예전엔 그저 훌륭한 왕이었다고만 생각했던 정조(正祖)였지만 그에 대하여 알면 알수록 감탄이라는 언어로는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훌륭한 왕이었다는 사실과 만난다. 50이라는 나이를 넘기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난 그가 어쩌면 이렇게도 무궁무진한 업적들을 쌓을 수 있었을까?

예전엔 그냥 스쳐지나갔던 수원화성의 이곳저곳이 이제는 모두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효를 실천하고 강건한 국가를 구축하려던 정조의 꿈이 어린 화성행궁! 그 관문인 신풍루(新豊樓)로 들어서 봉수당(奉壽堂)을 거쳐 우측으로 돌아서면 낙남헌(洛南軒)에 이르게 된다. 때로는 대연회가 열리기도 하고, 인재 등용의 과거 시험장으로 사용되던 낙남헌!

지금으로부터 220년 전에 바로 이곳에서 화성 성역의 완성을 축하하는 낙성연이 펼쳐졌으며 그때의 모습이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 속에 ‘낙성연도(落成宴圖)’라는 그림으로 고스란히 남아있다.

‘낙성연도’를 볼 때마다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있었다. ‘낙성연도’ 하단 부 좌우로 가설무대인 채붕(彩棚) 2개가 보이는데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낙성연도’ 속의 채붕 안에 무엇인가가 그려져 있기는 한데 먹을 사용하여 목판 인쇄된 ‘화성성역의궤’ 속의 흑백 그림만으로는 채붕 안에 그려진 것이 무엇인지는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대학원에서 강의를 할 때 원생들에게 슬쩍 얼버무려 설명하며 지나가곤 했다.

그런데 엊그제 오후 고려대 전경욱 교수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것도 매우 흥분된 목소리로! 프랑스 국립도서관 홈페이지에 탑재되어 있는 채색된 ‘낙성연도’가 발견되었는데 그 그림을 보면 그동안 추측으로만 설명된 채붕 속의 미스터리를 풀 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이번에 입수된 채색된 선명한 낙성연도 사진 파일을 바로 보내 줄 테니 분석해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선 전교수로부터 카톡을 통하여 ‘낙성연도’의 그림 파일이 내게 도착하였다.

그림파일을 열어보니 채붕 바로 앞에는 악사들이 앉아 연주를 하고 있고 채붕 각각에는 탈을 쓴 남녀가 악사들의 연주에 맞춰 관객들을 향하여 노래와 재담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채붕 뒤로 보이는 사자와 호랑이는 광대들이 사자탈과 호랑이탈을 쓰고 악사들의 연주에 맞춰 역동적인 탈춤을 추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아마도 지금 연행되는 북청사자놀음과 봉산탈춤 속의 사자춤의 10대조 할아버지 쯤 되는 것이리라.

이번 채색 ‘낙성연도’의 발견으로 정조 재위 당시의 궁중정재와 민간연희, 그리고 연회의 살아있는 모습들을 정확히 파악하게 되었고, 이로서 ‘낙성연도’ 속의 미스터리가 밝혀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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