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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걸리지 마라”…따뜻한 한마디로 사랑 전해주는 ‘앙리할아버지와 나’

70대 할아버지→20대 대학생까지 세대 간 갈등과 소통
진정한 사랑 의미담은 휴먼드라마…이순재·박소담·조달환 호흡

 

“사랑하는데 얼마나 성공했느냐 바로 그거였어.”

 

연극 ‘앙리할아버지와 나’가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관객들을 맞이했다. 활짝 핀 개나리와 철쭉, 목련이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요즘,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휴먼드라마가 따뜻한 위로를 전했다.

 

‘앙리할아버지와 나’는 70대 앙리할아버지와 상큼발랄 대학생 콘스탄스가 서로의 인생에서 특별한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30년 전 아내를 잃고 프랑스 파리에서 혼자 사는 앙리의 집에 방을 구하던 대학생 콘스탄스가 룸메이트로 들어오며 시작되는 이 작품은 세대 간의 갈등과 소통을 통한 인물들의 성장을 이야기한다.

 

 

앙리 역의 이순재, 신구부터 콘스탄스 역의 박소담, 채수빈, 폴 역을 맡은 김대령, 조달환과 발레리로 출연하는 김은희까지 연기력을 인정받은 국민 배우들이 무대에 섰다. 공연 첫날인 27일은 이순재와 박소담, 조달환이 무대에 올랐고, 28일에는 신구와 채수빈, 김대령이 김은희와 호흡을 맞췄다.

 

27일 찾은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은 연극을 보기 위해 오랜만에 봄나들이 나온 연인, 친구, 가족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코로나19 방역 수칙에 따라 한자리씩 띄어앉기로 운영된 가운데 비워둔 좌석마다 마스크를 한 미니 등신대가 놓여있었고, 관객들은 너도나도 기념사진을 찍으며 유쾌한 분위기를 냈다.

 

 

막이 오르고 팔에 깁스를 한 채 집안일은 하던 앙리(이순재)의 집에 누군가 찾아온다. 꼬장꼬장한 할아버지 앙리는 방을 구하러 온 콘스탄스(박소담)의 이야기를 채 듣기도 전에 잘못 찾아왔다며 문을 쾅 닫아버린다.

 

첫 만남부터 요란법석한 두 사람. 거듭된 입주 요청에 마침내 콘스탄스를 세입자로 받아들인 앙리, 두 사람은 서로 아픔에 공감하고 보듬어주며 정을 쌓아간다. 앙리는 죽은 아내가 치던 피아노를 절대 만지지 말라고 불호령을 내렸으나 콘스탄스가 작곡한 연주곡을 듣고는 흔쾌히 허락했다.

 

혹 죽은 아내처럼 잘못될까 콘스탄스가 술을 마시는 것을 걱정하고, 대학에서 계속 유급당해 망연자실해 하는 콘스탄스에게 무심한 듯 런던 음악학교 입학정보를 알려주는 앙리는 마치 우리네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특히 앙리는 자신의 아들 폴(조달환)이 마음에 들지 않는 며느리 발레리(김은희)에게 푹 빠져있는 바보라며 못마땅해한다. 40대 불임부부인 폴과 발레리, 앙리는 두 사람 사이에서 멍청한 손주가 태어날 것이라는 말도 서슴치않는다. 한심한 아들과 며느리를 떼어놓기 위해 콘스탄스에게 폴을 유혹해 줄 것을 제안하기도 한다.

 

물론 폴은 보르도 축구팀을 좋아하고, 인생의 책은 헤르만 헤세의 소설 ‘크눌프’이며, 자신이 좋아하는 라이스 푸딩을 만들어준 콘스탄스가 운명의 상대라고 느끼지만, 역설적이게도 인생에서 자신감을 얻은 그날 발레리와 폴 사이에 그토록 기다리던 아이가 생겼다.

 

앙리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가고, 그는 폴과 발레리가 부모가 되는 것을 축하하며 모든 것을 뜻대로 허락했다.

 

또 앙리는 자신의 손녀처럼 아끼게 된 콘스탄스에 런던 음악학교 입학을 권유하고, 콩쿠르 준비를 응원하면서 콘스탄스가 꿈을 찾아가도록 용기를 준다. 런던에서 콩쿠르를 마치고 콘스탄스가 집에 돌아왔을 때, 폴과 발레리의 아이는 태어났고 앙리는 세상을 떠났다.

 

 

앙리는 콘스탄스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피아노 위에 양말 한 짝과 편지 한 통을 남겨뒀다. 앙리는 자신을 가난뱅이 대학생이라고 말하던 콘스탄스가 세상을 똑바로 보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학비도 남겼다.

 

“사랑하는 콘스탄스에게. 긴말은 아니고 앞으로의 인생에 있어 두 세가지만 조언을 하마. 네가 항상 훔쳐가던 내 양말은 너에게 물려주마. 그건 알아서 찾거라.”

 

앙리 할아버지는 편지를 통해 콘스탄스의 친할아버지가 된 것 같다는 말을 남기며, 인생을 성공과 실패로 나누는 게 아닌 얼마나 사랑하는 데 성공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조언을 전했다.

 

특히 마지막으로 남긴 “감기 걸리지 마라”라는 말은 평범한 듯하지만 걱정과 사랑이 담겼음을 알기에 눈시울이 붉어지게 만들었다.

 

무대가 끝나고 관객들은 박수갈채로 연극이 전해준 감동과 사랑의 의미에 화답했고, 배우들은 밝은 미소로 객석을 채워준 관객들에게 인사했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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