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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공휴일 확대, 어린이와 학생에게도 여유와 여가가 필요하다

- 어린이와 학생들이 잠재력과 가능성 키울 수 있도록 정신적·문화적 여유 되돌려주어야

 


지난 부처님 오신 날은 추석을 빼면 올해 마지막 평일 법정공휴일이었다. 국회에서는 주말과 겹치는 공휴일을 대체하는 휴일을 지정하기 위한 법 제정 논의가 한창이다. 여야 없이 대체로 동의하고 있어 입법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대체공휴일이 시민의 삶과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무척 긍정적이다. 이미 시행 중인 나라를 보면 알 수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주5일근무제 도입 후를 되돌아보면 된다.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 정신적·문화적 여유를 만끽하고 삶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정신적·문화적 여유는 시민이 주권자임을 자각하고 주위를 돌아보며 연대하여 살아갈 수 있는 근거이자 출발점이다. 이런 점에서 대체공휴일 확대는 민주주의의 심화와 발전에도 밑거름이 된다. 나아가 공휴일은 가정, 문화 및 사회활동을 진작하고 소비를 촉진하여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이렇듯 대체공휴일 입법은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의 삶과 민주주의, 경제를 북돋고 활성화하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노동일의 축소로 생계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등 사회적 취약계층을 더욱 세심하고 충분히 배려하여야 할 것이다.

 

대체공휴일 확대는 학생에게도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학교(school)의 어원이 고대 그리스어로 여유(schole)라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교육은 경제적, 사회적 속박에서 벗어나 정신적·문화적 자유와 여유를 누리는 일에서 출발하여 독립적 자아를 발견하고 키우는 과정이다. 자신의 소질과 능력을 계발하고 창조적 정신세계를 키우려면 여유와 자유의 공간은 필수다. 어린이와 학생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이 마음껏 자라고 뻗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우선 대체공휴일의 제도화와 확대의 혜택을 어린이와 학생도 제대로 누려야 한다. 명목뿐인 휴일이 아니라 실질적인 여유와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어린이와 학생이 스스로 주체가 되어 놀거나 생각하며 자기 계발하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하고,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강한 정책의지로 주도면밀하게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하면 대체공휴일의 확대는 더욱 가혹한 학원으로의 행진, 치열한 입시경쟁을 부추길 공산이 크다.

 

첫째, 대체공휴일을 포함하여 법정공휴일에는 학원도 휴업해야 한다. 자율 휴업이든 휴무 제도화든 공휴일에는 학원이 쉬어야 한다. 그래야 학생이 쉰다. 쉬지 못하면 대체공휴일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늘어난 휴일에 오히려 학원으로 더 내몰려 기계적 문제풀이에 시달리느니 차라리 멍때리는 시간이 더 낫다. 창조적인 활동의 정신적 공간을 남겨둘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이미 큰 손실을 본 학원, 휴일에 마냥 여유를 즐기는 아이가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학부모, 그 처지와 심정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교육의 참뜻, 아이의 행복한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고 학원 휴업을 일방적인 결정으로 강제해서는 안 된다. 학원 관계자와 교육 당국뿐 아니라 학부모, 학생, 교사, 시민사회 등을 망라하여 숙의민주주의와 사회적 공론화 방식으로 지혜를 모으고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발생하는 비용이나 손실도 어느 한쪽에 전가할 일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공동 분담할 정책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둘째, 모든 학생이 법정공휴일에 다양하고 풍성한 정신세계와 문화를 가꿀 수 있도록 공공적 인프라를 마련하여 제공해야 한다. 누구나 즐기고 누릴 수 있는 공공 레저·스포츠 시설과 프로그램을 확충해야 한다. 여가는 무기력하게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다. 새롭고 질적으로 전혀 다른 경험과 시도를 할 기회를 뜻한다. 학생 누구나 자유롭고 편하게 독서, 전시회·연주회 등 문화예술 관람, 박물관 탐방, 레저·스포츠 활동, 여행과 캠핑, 작품 창작 등을 통해 여유를 만끽하고 정신문화세계를 계발할 수 있도록 사회와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특히 문화자본 형성에 취약한 계층이 문화 인프라를 보편적이고도 평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면밀히 설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다음과 같은 정책프로그램을 우선적으로 도입, 시행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 학생이 공휴일에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문화예술 쿠폰 제공
- 학생 누구나 공휴일에 박물관 외에도 공공문화시설 무료입장
- 지역의 공공 문화교육시설이 운영하는 학생 대상 프로그램 확충
- 공휴일에 학생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지자체별 공공캠프의 운영, 내실화와 확대

 

이번 대체공휴일 입법 논의를 계기로 어린이와 학생에게도 정신적·문화적 ‘여유’를 되돌려주어야 한다. 시험과 성적의 압박에서 벗어나 자신의 정신문화세계를 키울 기회와 환경을 제공하자. 어린이와 학생 누구 하나 빠짐없이 스스로의 잠재적 역량을 키우고 비판적·문화적 소양을 갖춘 독립적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보편적이고 공평한 조건을 마련하고 인프라를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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