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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보약] 지금 여기에 존재하라는 흔하지만 어려운 말

 

불안으로 1년간 상담 치료를 받았다는 그녀에게 그동안 어떤 걸 배웠는지 물었다. “그냥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어요. 참, 지금 여기의 감정에 머무르지 못하고 자꾸 달아난대요. 해보려고 하는데 잘 안되어요.” 그녀에게 나는 미소를 띠며 “잘 안 되는 건 당연해요. 말 몇 마디로 바뀌기 어렵죠.”했다. 

 

그녀는 4년 넘는 시간 동안 음식을 먹으면 자주 배가 아프고 설사를 했으며 여러 곳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잘 낫지 않아 내원했다. 여러 병원을 거쳤고 가는 곳마다 약과 함께 음식을 조심해야 한다는 말들을 들었다. 뚜렷한 호전이 없는데 반해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참기가 쉽지 않았다. 위장에 자극을 주지 않는 음식만을 먹으려고 애써 절제하고 나면 오히려 기분이 더 우울하고 불안해졌다. 그러다가 또 참지 못하고 밀가루나 육류 등 불편해지는 음식을 다시 먹으면 더욱 설사가 잦아졌다. 

 

치료는 몸과 마음 두 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진다. 오랫동안 잦은 설사와 복통으로 위와 장의 기능이 약해지고 과민해졌기에 좋은 음식을 먹게 하고 한약과 침 치료를 통해 약화한 몸의 에너지를 북돋아 자생력을 길러 준다. 다른 측면으론 마음을 돕는다. 그녀는 꼼꼼한 성격이었다. 먹는 것과 함께 자신이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할 때의 상황을 적고 관찰하였다. 처음 복통과 설사가 시작된 4년 전에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오랫동안 많이 좋아했기에 그 후 너무 아프고 외로웠다. 복통과 설사가 그때 시작되었다. 신체화장애, 마음과 몸이 모두 과민해진 중추감작증후군, 과민성대장증후군이었다.

 

기록을 바탕으로 몸과 마음의 연관성을 말해주자 감정과 몸의 증상 사이에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도 못했다며 놀라워했다. 유독 설사를 자주 한 날에는 지독하게 버림받은 듯한 외로움을 느끼는 사건이 있었다. 한 번은 어떤 모임에 코로나 19로 인해 참석하지 못했는데 자신을 빼고 그들끼리 맛있는 걸 먹는 사진을 받아보고 설사를 하며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마음을 돌보는 방법으로 외로움이 일어났을 때 그 느낌에 머물러 편안히 호흡을 하라고 안내했다. 지금, 여기를 느끼고 알아차리기는 게슈탈트 심리치료, 마음챙김명상을 비롯한 많은 치료에서 중요한 치유적 요소이다. 몸이 아파 모임에 갈 수 없을 때 다른 사람들과 맛있는 식사를 같이 못하는 사건 때문만이 아니라, 그 상황이 자신의 깊은 외로움에 공명해 근본적인 고통을 건드려 더 힘들다는 것을 알고 그 올라오는 느낌과 함께 이어지는 위와 대장의 불편함을 알아차린다. 극심한 외로움과 소외감의 현상을 통해 그만큼 친밀감과 유대감을 원하는 자신을 온전히 이해한다. 그녀는 그런 이해를 바탕으로 한약치료와 함께 현실에 변화를 주었고 어느 순간 배아픈느낌이 없어졌고 설사가 조금씩 잦아들었다. 

 

만성내과질환에서 치료를 위해서 이완이 필요할 때 천천히 깊이 코로 하는 호흡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 단순해 보이는 호흡이 그럴진대 “지금 여기”의 감정에 머물러 존재하기는 얼마나 더 어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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