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외국인들의 국내 증시 이탈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금융업종이 유독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업에 미치는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타 업종보다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투자 자금 회수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비상계엄 사태 이후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총 1조 85억 원을 순매도했다. 순매도 규모는 4일 4071억 원, 5일 3173억 원, 6일 2841억 원이었다.
매도세는 특히 금융업종에 집중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사흘간 7096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규모는 4일 2551억 원, 5일 2786억 원, 6일 1759억 원 등으로 금융업종 순매도가 이틀 연속 2000억 원을 넘어선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의 금융업종 지분율은 3일 37.19%에서 6일 36.12%로 1%포인트(p) 넘게 줄었다. 전체 21개 업종 중 가장 큰 감소 폭으로, 같은 기간 코스피 시장에서의 외국인 지분율은 32.43%에서 32.38%로 0.05%p 줄어드는 데 그쳤다.
특히 보험업(-0.6%p)과 증권(-0.26%p) 등 넓은 의미에서 금융업에 포함되는 업종의 하락 폭도 상당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외국계 자본의 금융업 투자 기피가 한층 더 두드러진다는 점을 알 수 있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외국인 지분율도 눈에 띄게 줄었다. KB금융지주는 지난 3일 78.14%에서 6일 77.19%로, 신한금융지주는 61.09%에서 60.62%로, 하나금융지주는 68.29%에서 68.14%, 우리금융지주는 46.11%에서 45.84%로 예외 없이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르게 이탈하자 주가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외국인 지분율이 가장 많이 줄어든 KB금융은 사흘 동안 15.7% 하락했다. 신한금융은 -9%, 하나금융은 -7.9%, 우리금융은 -5.9% 등의 주가 하락률을 각각 기록했다.
이는 정치적 혼란이 커지면서 한국의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환율 상승 등으로 인한 보통주자본지율(CET1) 하락과 같은 재무상황 악화로 인해 주주환원 정책에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금융업종 투매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금융주들의 단기적인 하락을 재진입 시점으로 판단한다"며 이번 주가 하락이 저가 매수 기회라고 분석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펀더멘털 영향을 지속해서 모니터링 중"이라며 "시장 불안이 지나친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