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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공정·청렴보다 ‘부적격 후보’ 우선…시스템 공천 현실은(下)

전과 4범부터 정체성 논란…무색해진 ‘도덕성’ 가이드라인
‘당심’보다 ‘낙하산’, 지방자치 본질 흔드는 구조적 한계
전문가 “상향식 공천 뿌리 내려야 지방자치 본질 회복 가능”

이번 6·3 지방선거에서도 예외 없이 공천 과정에서 ‘사천(私薦)’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주로 지방의원(기초·광역의원) 후보 공천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다. 다만 유권자들에게는 지방의원 공천·선거는 물론 입후보자에 대한 관심도가 낮고 각 정당들 또한 쇄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어 이같은 논란은 선거 때마다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경기신문은 시도당 공천관리위원회의 허술함이 드러난 사례를 살펴보고 제도 보완 등 개선 방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上 지방의원 공천 실상은…시스템 대신 지역위원장·당협위원장 ‘픽’

下 ‘기준’은 있지만, 결격 후보는 여전…끊이지 않는 공천 잡음

<끝>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거대 양당이 표방하는 ‘시스템 공천’이 6·3 지방선거 지방의원(기초·광역의원) 공천 과정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당초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후보를 내겠다는 약속과 달리 다수의 전과, 정당에 반하는 활동 이력 등 결격 사유가 있는 인물이 공천 확정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역 정치권을 중심으로 공천 적절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도덕·청렴 ‘우선시’한다던 공관위···말뿐인 약속

 

여야 시도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원칙적으로 중앙당의 공천룰 지침에 따라 지방의원 후보 공천을 심사한다.

 

이번 선거에서 여야 예외 없이 강조되는 후보의 자질은 ‘도덕성’이다. 민주당은 중앙당 차원에서 ‘도덕적 결함’, ‘억울한 컷오프’, ‘낙하산 공천’, ‘부정부패’ 없는 공천을 하겠다는 ‘4무(無) 공천’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국민의힘 또한 경기도당 자체적으로 후보의 도덕성·청렴성·경쟁력·당 기여도·책임감·지역 이해도·정책 역량 등을 평가하는 데 이어 정량평가·정성평가 등 별도 평가 체계를 마련해 법적 리스크, 사회적 논란 여부를 검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5일 자정 기준 지방선거에 입후보한 예비후보의 전과 내역을 살펴보면 광역의원의 경우 358명의 예비후보 중 121명(약 30%)이 전과 기록이 있었다.

 

기초의원은 880명의 예비후보 중 300명이 전과 기록이 있었다. 이 또한 약 30%에 달한다.

 

정당 의사와 상관없이 예비후보 등록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다수의 전과가 있는 인물이 공천을 받은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다.

 

 

◇ ‘폭력·음주’ 전과에도 무사통과···기준은 있지만 검증은 없었다

 

국민의힘이 표방한 엄격한 공천 검증 잣대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도내 기초의원 선거구 예비후보인 A 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A 씨는 폭력행위처벌법 위반으로만 벌금형 3건, 집행유예 1건 등의 전과가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이를 두고 시민의 안전과 민생 조례를 다뤄야 할 공직 후보로서 자질·도덕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공관위는 그를 단수 공천하며 후보로 확정했다.

 

다른 도내 지역구에서 재선 광역의원에 도전하는 B 의원은 음주운전으로 처벌을 받은 지 불과 한 달 만에 다시 무면허 운전으로 벌금형을 받는 등 2건의 전과를 지녔다. B 의원 또한 광역의원 공천이 확정된 상태다.

 

 

◇ ‘당 정체성’ 논란에도 하이패스···당심 밀어낸 ‘전략적 침묵’

 

민주당 내부에서도 일부 지역에서 이른바 ‘낙하산 공천’과 검증 부실 문제로 예비후보와 당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도내 기초의원 공천을 받은 C 후보는 민주당 입당 전 지역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등 당의 핵심 기조와 반대되는 정치 활동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지역 당원들 사이에서는 ‘납득할 수 없는 인사’라는 냉소적인 반응이 확산하고 있다. 공천 과정에서 수년 동안 지역위원회 활동을 도운 다른 후보들의 ‘당 기여도’는 배제되고 특정 후보에게 특혜가 주어졌다는 것이다.

 

지역 정가 한 관계자는 “전과자를 공천하는 행태나 불법계엄 지지자를 공천하는 것에 대해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며 “결국 국민과 당원들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은 물론 때가 되면 함께 심판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권자가(당원이나 국민) 공천권자 혹은 당만 보고 뽑는 것이 아니라 후보자 개개인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하고 선택해야 이러한 일이 반복되는 사태가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 지방의회 불신 키우는 구조적 한계···제도적 강제성 필요

 

결격 사유가 있는 인물에게 공천이 주어지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시스템 공천보다 ‘주요 인사’의 입김이 더 우선시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스템 공천에 대한 뚜렷한 개선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후보들은 당이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당 기여도 등을 뒤로하고 지역구 지역위원장·당협위원장의 추전에 더 기대는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

 

지방의원은 지역구 주민을 대표해 민생과 밀접한 정책·사업을 심의하고 지역 발전을 위한 의정 활동을 하는 역할을 한다.

 

결격 사유가 있는 후보들이 정당 공천을 받고 지방의회 의석을 차지한다면 궁극적으로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는 것이다.

 

시민사회는 반복되는 ‘깜깜이 공천’이 지방정치를 외면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으로 꼽으며 당원과 일반 유권자들이 후보 심사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재근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물론 수십 년 전의 일이라거나 이미 충분한 불이익을 받아 개전의 정이 보인다면 예외를 둘 순 있겠지만, 현재처럼 심각한 범죄 전력자까지 아무 거리낌 없이 공천하는 것은 정당의 여과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중대한 범죄 전력이 있는 인물은 공천에서 배제하는 것이 맞다”며 “살인 등 중범죄자처럼 시간과 관계없이 용납될 수 없는 부적격자들을 확실히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예외 없이 적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스템 공천의 대안으로 당원들이 후보자의 역량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평가할 수 있는 ‘독일식 상향식 공천’ 모델을 제시했다.

 

교수는 “단순히 모여서 한 번 투표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선출된 당원들이 장기간 후보자를 분석하고 일반 당원과 소통하며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래야만 중앙당이나 지역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내려꽂는 하향식 공천과 그로 인한 사천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당원들이 주체가 돼 후보자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면서 인정할 수 있는 아래로부터의 공천, ‘상향식 공천’이 뿌리 내려야 지방자치의 본질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한주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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