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아이들이 묻는다. "선생님, 우리 소풍 가요?" 그 눈빛이 눈부셔서 나는 매년 봄마다 괴롭다. 소풍 가고 싶다. 정말로. 그런데 두렵다.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못 담그면 안 된다"며 교사들의 체험학습 기피 현상을 에둘러 비판했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이 긴급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 교사의 96%가 체험학습에 부정적이라고 답했고, 그 이유의 절반은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의 법적 책임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대통령의 말처럼 정말 교사들이 겁쟁이라서일까.
체험학습 중 일어난 사건, 사고로 교사들이 유죄를 받거나 책임을 지게 된 사건은 다음과 같다. 2018년에는 체험학습을 가던 버스 안에서 복통을 호소하는 학생을 부모 동의하에 휴게소에 내려준 교사가 벌금 800만 원을 선고받았다. 2022년 강원 속초의 테마파크 현장체험학습 도중 교통사고로 학생이 사망해서 담임교사는 금고 6개월의 선고유예를 받았다. 2023년 전남 목포의 숲 체험 활동 중 유아가 바다에 빠져 숨진 사건에서도 교사 두 명 모두 징역 8개월의 집행유예를 받았다.
위 판결들이 교사들의 가슴에 새긴 문장은 단 하나다. 무슨 일이 생기면 모두 다 교사인 네 잘못이다. 어디까지 주의를 기울여야 책임을 면할 수 있는지 기준도 없다. 그러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 된다. 서울시교육청 통계에 따르면 체험학습 실시 비율은 2023년 98.8%에서 2024년 51.1%로 단 1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다. 이것은 감당할 수 없는 책임 앞에서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다.
이와 관련해서 시청에서 근무하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눴다. 친구는 고개를 갸웃했다. 시청 직원들은 민원인이 행정 처분에 불만을 품고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피고는 시청, 즉 기관이다. ○○팀 아무개 계장, △△팀 아무개 주임이 개인 자격으로 법정에 서는 일은 없다. 조직이 방패가 되고, 법무 담당 부서가 대응하고, 설령 배상이 이뤄지더라도 기관이 부담한다.
학교에서는 다르다. 체험학습 중 사고가 나면 소송의 화살이 교육청이나 학교가 아닌 교사 개인에게 날아온다. 20여 명 아이들을 데리고 나간 담임교사가 사고의 책임을 져야 한다. 개인으로서 형사 재판정에 서고, 개인 재산으로 배상해야 하는 구조다. 누군들 이런 리스크를 짊어지면서까지 소풍을 가고 싶을까.
대통령이 안전요원 배치와 인력 지원을 언급한 것은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해법은 두 가지다. 첫째, 교사가 합리적인 수준의 주의 의무를 다했을 때는 형사·민사 책임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법적 면책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둘째, 소송의 주체를 바꿔야 한다. 교사 개인이 아닌 교육청이 전면에 나서 기관 차원에서 대응하고, 교사는 법적 분쟁으로부터 보호받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구더기가 생길까봐 장을 못 담그는 것이 아니다. 장을 담갔다가 구더기가 생기면 장독 주인이 홀로 모든 것을 뒤집어쓰는 구조가 문제다. 아이들과 다시 소풍을 떠날 수 있는 날을 원한다. 그 날이 오려면 교사의 용기가 아니라 제도의 용기가 먼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