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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성역(聖域)의 계단 뒤에 가려진 보훈

 

호국보훈의 달 6월이 다가온다. 나라를 위해 헌신한 선열들의 넋을 기리고 그 고귀한 희생을 되새기는 시기다. 정치인들은 줄지어 현충탑을 찾고, 카메라는 그들의 엄숙한 헌화 장면을 담아낸다. 


하지만 그 화려한 의전의 이면에는 여전히 '성역'이라는 이름 아래 소외된 이들이 있다. 바로 고령의 유가족과 상이군경, 그리고 이동이 불편한 시민들이다.

 

최근 필자는 용인시 중앙동에 위치한 현충탑을 참배하며 깊은 좌절을 맛보았다. 주차장에서 현충탑 근처까지는 접근할 수 있었으나, 정작 헌화를 해야 할 탑 앞은 육중한 돌계단과 높은 턱이 가로막고 있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필자는 결국 선열들 앞에 서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15년 전과 비교해 세상은 변했지만, 보훈의 상징인 이곳의 감수성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개선을 요청하니 용인시의 답변은 더욱 아쉬움을 남긴다. 행사 때는 이동용 경사로를 설치해 대처한다는 것이다. 이는 전형적인 '행정 편의주의'이자 '보여주기식 의전'의 산물이다. 


현충탑은 1년에 한두 번 열리는 기념식을 위해 존재하는 전시 공간이 아니다. 유가족과 상이군경들이 언제든 찾아와 사무치는 그리움을 달래고, 후손들이 일상 속에서 감사를 전하는 열린 공간이어야 한다.

 

특히 상이군경과 유가족들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고령화되며 신체적 제약을 겪게 된다. 나라를 지키다 몸을 다친 이들이, 정작 그 희생을 기리는 공간에서 계단이라는 장벽에 부딪혀 마음까지 다치는 현실은 비극적이다. 


휠체어와 유모차, 지팡이에 의지한 어르신들이 접근할 수 없는 현충탑이 과연 누구를 위한 성역이란 말인가.

 

이제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 현충탑은 높은 곳에서 시민을 굽어보는 권위의 공간이 아니라, 누구나 평등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배려의 공간이어야 한다. 


행사용 임시 경사로가 아닌, 누구나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상시적인 무장애(Barrier-Free) 시설이 갖춰져야 한다.

 

'장애인이 사용 가능하면 모두가 편하게 사용 가능하다'는 보편적 가치가 보훈 행정에도 스며들어야 한다.


지자체 의전은 정치인을 향할 것이 아니라 시민과 약자를 향해야 한다. 계단을 없애고 경사를 낮추는 것은 단순한 공사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이자, 우리 사회의 인권 감수성을 증명하는 일이다.

 

이번 호국보훈의 달에는 계단 위에 홀로 서 있는 현충탑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나란히 서서 선열을 기릴 수 있는 낮은 현충탑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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