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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339개 계단 올라야 나온다...장애인·노약자 참배객 배려없는 용인 현충탑

 

 

호국보훈의 달 6월을 앞두고 용인 현충탑 방문객이 늘고 있다. 방문객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장애인 등 이동 약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참전 유공자나 보훈 대상자와 그 가족들의 방문이 많은 현충탑 시설이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조국을 위해 헌신한 순국 선열들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깊어지고 있지만, 시설 관리와 보완에 대해선 관리 당국이 무신경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용인중앙공원 내에 있는 용인 현충탑은 공원 입구에 있는 시계탑 광장에서부터 339개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이 길은 젊은 사람들도 한 번에 오르기 힘들어 중간에 쉬어가야 하는 계단으로 유명하다. 

 

참배객 중 장애인들이나 걷기 어려운 노약자들은 공원 주차장이 아닌 현충탑에 가장 가까운 도로변에 주차를 하고 가려해도 1차선 도로여서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충탑이 위치한 산 중턱의 현충마당에 올라서더라도 다시 돌계단과 턱을 넘어서야 현충탑에 다가갈 수 있다.

 

휠체어 이용자들은 2명 이상이 이동약자가 앉아 있는 100kg에 가까운 무거운 휠체어를 함게 올려주지 않는 한 아예 접근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물론 현충일 등 중요 행사가 열리는 경우엔, 관리 당국에서 휠체어 이동이 가능하도록 '이동용 경사로'를 현충탑 주변 곳곳에 설치한다. 

 

하지만 결국 당일 행사를 위한 조치일 뿐 휄체어 이용자가 경사로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하는 추가 보완 공사는 지난 50여 년간 전혀 고려되지도 않은 셈이다.

 

관리를 담당하는 시 관계자는 "행사 때는 경사로를 임시로 설치하고 운반할 담당 직원이 있지만 비상근이어서 평소에 상시적으로 설치하진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정작 현충탑에서 헌화나 추념행사를 자주하게 되는 장애인들은 단 아래에서 남들이 하고 있는 추모행사 장면을 바라보기만 하는 경우도 반복되고 있다. 

 

그간 후진국에서 선진국 반열에 오른 국가답게 사회 곳곳에서 장애인 배려가 생활화되고 시설물에 대한 추가 공사가 많이 이뤄졌지만, 정작 노약자와 장애인들에겐 익숙한 공간인 현충탑은 관심 밖에 있었단 지적이다.

 

이에 대해 지역 장애인 단체에선 "추모 행사가 없는 날엔 이동이 어려운 사람들은 현충탑 근처에도 오지 말라는 것이냐"며 "전형적인 '행정 편의주의'의 산물이다"라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한 장애인 단체 활동가는 "행사할 때만 놓여지는 임시 경사로가 아니라 누구나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상시적인 무장애(Barrier-Free) 시설이 갖춰져야 한다는 게 요즘의 '보편적 장애감수성'이다"라며 "행정기관과 우리 사회 모두가 장애감수성에 대해서 생각해 볼 때다"라고 조언했다.

 

특히 현충탑에 자주 방문하는 상이군경과 유가족들은 세월이 흘러가면서 고령화되고 신체적인 제약을 겪게 된다는 점에서, 시설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당장 적극적인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현충일, 광복절 등 관련 행사나 선거 기간 중 용인 현충탑을 방문하는 지역 정치인들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선거 출사표를 던지고 보도용 사진을 찍으러 오면서도 '장애인 접근권'에 대해선 예민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지역 정가 관계자는 "선거철에 현충탑에 가서 흰 장갑끼고 꽃 놓고 포즈를 잡으며 사진찍히면서도 '참전용사 등 노약자와 장애인들이 돌계단을 오르기 힘들겠구나'라는 간단한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는 방증으로 볼 수 밖에 없다"며 "시장이 되고 민의를 대변하겠다면서 장애인 정책은 경쟁적으로 내놓고 홍보하는 후보자들이 뭘 놓치고 있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유공자단체 회원인 A씨는 "나라를 지키다 몸을 다친 이들이 정작 같이 싸우다 전사한 전우들의 희생을 기리는 공간에서 계단이라는 장벽에 부딪혀 마음까지 다치는 현실은 비극"이리며 "휠체어와 지팡이에 의지한 어르신들과 이제는 나이 든 후손들이 상시적으로 접근할 수 없는 현충탑이 과연 누구를 위한 성역인가"라고 한탄했다.

 

김정태 용인시장애인자립생활(IL)센터장은 "현충탑은 1년에 한두 번 열리는 기념식을 위해 존재하는 전시 공간이 아니다"라며 "유가족과 상이군경들이 언제든 찾아와 사무치는 그리움을 달래고 후손들이 일상 속에서 고마움을 전하는 열린 공간이어야 한다"고 '충혼의 격'에 맞는 예우를 갖출 것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임시로가 아닌 상설로 설치와 현충탑 이전 등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조만간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하는 보훈 공간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 경기신문 = 최정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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