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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진화] 잘못된 선택과 댓가

 

산업혁명 이후 노동은 생산의 기본이 되었고, 그 위에서 산업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특히 대한민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노동은 가장 큰 희생을 감내한 영역이었다. 장시간 노동과 낮은 보상,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노동자는 국가 발전의 토대를 만들어냈다. 그 축적 위에 오늘의 기업과 산업이 서 있다.

 

그러나 산업이 고도화된 이후, 선택의 기준은 달라졌다. 기업은 본질적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이며, 자본은 위험을 감수한 대가로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다.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구조에서, 비용과 수익의 균형은 생존의 문제다. 이때 임금과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은 단순한 분배 문제가 아니라, 향후 투자와 구조 개편의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한다.

 

자동화와 로봇 도입은 이미 예정된 흐름이다. 다만 그 속도와 범위는 기업이 체감하는 비용 압력과 불확실성에 따라 달라진다. 갈등이 기술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지만, 갈등이 기술 전환의 속도를 자극하는 경우는 충분히 발생한다. 비용이 구조적으로 상승하면, 기업은 이를 상쇄하기 위해 자동화 투자를 앞당긴다. 그 결과는 역설적이다. 단기적 이익을 둘러싼 충돌이 장기적으로는 더 큰 일자리 축소를 부를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기업은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 아니라, 생존과 이익을 위해 구조를 끊임없이 재편하는 조직이다. 구조조정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인간의 축적된 노력과 경험이 쉽게 비용 항목으로 환원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집단으로 모이고, 자신들의 몫을 지키려 한다. 그것은 이해 가능한 반응이다.

 

하지만 기업 역시 잊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로봇과 인공지능을 도입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인간을 어떻게 재배치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그 변화는 효율이 아니라 공동체의 균열을 낳는다. 기술 도입이 단순한 이익 극대화 수단으로만 작동할 경우, 그것은 결국 시장의 기반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선택이 된다. 기업의 이익은 사회 속에서만 실현되며, 그 결과물을 소비하는 주체 역시 인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동화의 핵심은 ‘대체’가 아니라 ‘전환’이다. 기존 인력을 어떻게 새로운 역할로 이동시키고, 어떤 방식으로 기여의 기회를 다시 설계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이 과정이 결여된 자동화는 단기적 성과를 만들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기업과 사회 모두에게 비용으로 되돌아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과 로봇이 확산되는 시대에는, 과거와 같은 방식의 집단 요구만으로는 구조 자체를 바꾸기 어렵다. 노동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임금 총량을 둘러싼 교섭은 점점 더 한계를 드러낸다.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자동화로 창출되는 생산성과 이익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연결할 것인가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새로운 기준이다. 나는 이를 ‘기여증명(Proof of Contribution)’이라 부른다. 이는 노동시간이 아니라 실제로 가치 창출에 기여한 정도를 기준으로 보상을 설계하는 방식이다. 기술과 결합해 만들어진 성과 속에서 개인과 집단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기록하고, 그 기여에 따라 이익이 배분되는 구조다. 이는 기존의 임금 체계를 대체하기보다, 자동화가 확대될수록 필수적으로 병행되어야 할 새로운 분배 방식이다.

 

결국 선택의 문제다. 과거의 방식으로 현재를 방어할 것인가, 아니면 변화된 구조 속에서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갈 것인가. 기술은 멈추지 않고, 기업 역시 멈추지 않는다. 그렇다면 인간은 무엇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킬 것인가. 답은 단순하다. 노동이 아니라 기여다. 그리고 그 기여를 어떻게 인정하고 연결할 것인가가, 앞으로의 질서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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