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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불빛, 농촌의 일상을 바꾸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바꾼 원삼과 고삼의 일상
건물은 높아지는데…인프라는 그대로인 원삼
'폐수 방류 우려' 고삼, 친환경 농업 기반 '흔들'

 

한적한 시골에 24시간 공사가 이어지는 용인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는 밤바다에서 오징어잡이를 하는 배처럼 보였다.


18일 새벽 4시 용인시 원삼면 도로에는 덤프트럭과 셔틀버스, 출근 차량들이 줄지어 끊임없이 움직였다. 한 줄이 지나가면 곧 다른 줄이 뒤따랐다.


차량들의 헤드라이트가 어둠을 걷어낸 자리에는 흙먼지가 흩날렸다.


새벽에 투입되는 작업복 차림의 근로자들은 걸음을 재촉하며 현장으로 향했다. 대형 차량이 오가는 도로를 급히 건너는 위험한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산이 깎인 자리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서고 있다.

 

밤인데도 낮처럼 밝은 공사장에는 타워크레인 수십 대가 하늘 위로 솟아 있었다. 덤프트럭들은 어둠 속 홀로 밝게 빛나는 공사장을 향해 이끌리듯 움직였다.

 

원삼면은 낮과 밤의 경계가 사라진지 오래다.


밤낮 없이 이어지는 공사는 원삼면 주민들의 평범했던 일상까지 영향을 끼쳤다.


익명을 요구한 주민 A(74) 씨는 "저녁 내내 돌아다니는 대형 차량과 공사 소음, 밝은 빛 때문에 잠을 편히 잘 수 없다"며 "창문을 열면 흙먼지가 들어와 하루에 한 번은 꼭 걸레질을 해야 한다. 빨래는 밖이 아닌 집 안에 널어 둔 지 오래"라고 하소연했다.


또 "반도체 공장이 가동되면 지역 발전이 될 거라는 말이 있는데, 기대가 안된다"며 "공사장 가까이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독성리 주민들인데, 이에 대한 보상이 없다"고 주장했다.


산업단지는 점차 모습을 갖춰가고 있지만, 인프라 구축은 침체돼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원삼면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조병철 씨는 "공사장 근처에 제대로된 중국집 하나 찾기 힘들다. 옆에서는 최첨단 기술이 도입되는 공장이 지어지고 있는데, 인근은 아직 30년 전 모습에서 정체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전이 더뎌지니 희망을 품고 지역을 찾은 외부인도 발걸음을 돌린다. 땅값은 10배가 뛰었고, 인프라 구축은 공사 속도에 한참 못미치고 있다"면서 "오전에 원룸을 보러 온 사람이 두 명 있었다. 하지만 월세가 115만 원 이라는 얘기를 듣고는 그냥 가셨다.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니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원삼면에서 시작된 변화는 가까운 지역으로도 번지고 있었다.


공사장 경계 밖, 안성시 고삼면 농촌에서는 이미 다른 종류의 진동이 감지되고 있다.


평화로운 마을을 가득 채웠던 새들의 지저귐은 공장으로 향하는 대형트럭들이 내는 굉음에 묻힌 지 오래다.


주민들은 24시간 내내 이어지는 차량 행렬에 불만을 토로했다.


고삼에서 나고자란 이용우(86) 씨는 "레미콘, 덤프트럭이 하루 종일 마을을 왔다 갔다 한다"며 "저녁에는 소음 때문에 신경이 곤두선다. 원래 조용한 마을이었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SK하이닉스 공사가 시작되면서 마을 분위기도 바뀌었다.


이 씨는 "마을에 못 보던 얼굴들이 많이 보인다. SK하이닉스 공장에서 일하시는 분 같은데, 여기서 잠만 자는 것 같다"며 "원래 이곳은 어릴 때부터 서로 알고 지낸 사람들이 사는 소규모 마을이다. 외지인이 들어온 뒤 마을이 뒤숭숭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땅값도 평당 20만 원에서 80만 원까지 뛰었다"면서 "일부 이웃들은 임대업을 하겠다고 집을 허물고 있다. 예전에 정겨웠던 마을의 모습은 이제 옛날 얘기"라고 덧붙였다.


공장 가동시 나오는 폐수에 대한 우려도 들을 수 있었다.


노한영 고삼면 이장단협의회장은 "폐수 방류는 인근 농민들의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노 회장은 "고삼면은 친환경농법의 발상지로서 양파, 마늘, 잡곡, 쌀 등을 농약 없이 재배를 하고 있다"며 "이렇게 자란 작물들은 학교 급식으로 많이 나간다"고 밝혔다.

 

이어 "고삼 저수지의 물을 사용해 농사를 짓는 면적만 3000㏊(핵타르)다. 폐수가 방류된 저수지의 물로 농사를 짓는다고 하면, 친환경농법의 이미지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며 "방류수 물을 먹고 자란 작물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학교는 기피할 것이고, 농산물 가격은 하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사 과정은 터널을 지나듯 완공을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원삼과 고삼 주민들의 우려와 불안은 여전히 그 안에 머물러 있다.

 

[ 경기신문 = 유창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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