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날씨가 이어지는 봄, 사람들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물가와 숲길로 향한다.
반복되는 일상 속 잠시라도 숨을 고르고 싶은 마음, 가족과 추억을 만들고 싶은 기대, 연인과 친구와의 시간을 조금 더 특별하게 남기고 싶은 바람이 여행지를 찾게 만든다.
최근에는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는 ‘쉼의 여행’ 문화까지 확산되며 자연 속에서 편안한 휴식을 누릴 수 있는 공간들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 안성시 원곡면에 조성된 칠곡호수공원이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향하는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
자연경관과 감성적인 야간 콘텐츠 그리고 지역의 역사성을 함께 담아낸 공간이라는 점에서 기존 공원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 3월 말 문을 연 칠곡호수공원은 총사업비 275억 원이 투입된 대규모 수변공원이다. 넓은 주차장과 산책로, 수변 데크, 쉼터, 보행교 등이 조성돼 있다. 호수를 따라 걷다 보면 시원하게 펼쳐진 수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평일 저녁에도 공원 곳곳에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데크 난간에 기대 노을을 바라보는 연인들, 삼삼오오 사진을 찍는 가족들, 이어폰을 꽂고 천천히 산책하는 청년들의 모습까지 저마다의 방식으로 호수의 저녁을 즐기고 있었다.
특히 해질 무렵 호수공원 풍경은 한층 깊어진다. 붉게 물든 노을빛이 잔잔한 수면 위로 퍼지고, 산책로를 따라 불어오는 바람은 도심에서 쉽게 느끼기 어려운 여유를 전한다. 빠르게 흘러가는 도시의 시간과는 다른 호흡이 이곳에는 흐르고 있었다.
칠곡호수공원의 상징은 단연 음악분수 ‘기억의 빛’이다. 해가 저물고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면 음악과 함께 127개의 물줄기가 일제히 솟아오르며 장관을 연출한다. 조명과 음악, 물줄기가 어우러진 공연은 단순한 야간 볼거리를 넘어 하나의 이야기처럼 펼쳐진다.
음악분수가 특별한 이유는 국내 최초로 3·1운동을 주제로 제작됐다는 점이다. 숫자 ‘127’ 역시 단순한 연출이 아니다. 1919년 안성지역 만세운동에 참여했던 127인을 기리는 의미가 담겨 있다. 물줄기 하나하나에 선조들의 희생과 독립 정신을 새겨 넣은 셈이다.
워터스크린에는 AI 기술로 구현된 독립운동가의 형상이 등장하고, 동아방송예술대학교 학생들이 제작에 참여한 영상 콘텐츠가 더해지며 현장 몰입감을 높인다. 지역 초등학생들 그림 작품까지 함께 투영되면서 음악분수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세대와 지역이 함께 만드는 문화 콘텐츠로 완성되고 있다.
서울 성동구에서 가족과 함께 방문한 박모(52) 씨는 “호수가 넓고 풍경이 시원해서 도착하자마자 답답했던 마음이 풀리는 느낌이었다”며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독립운동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안성시 양성면에 거주하는 이모(38) 씨도 “요즘은 시간이 나면 자주 산책을 나온다”며 “노을 질 때 분위기가 정말 좋고 음악분수까지 보고 나면 멀리 여행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전했다.
칠곡호수공원은 자연 속 휴식과 문화, 역사 콘텐츠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특히 금광호수 하늘전망대와 연계되며 안성의 호수 관광축을 연결하는 핵심 공간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쉼’과 ‘기억’을 함께 담아냈다는 점이다. 단순히 사진을 찍고 지나가는 공간이 아니라, 안성의 역사와 지역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체감할 수 있는 장소로 기능하고 있다.
음악분수는 평일 오후 8시에 운영되며, 주말과 공휴일에는 오후 9시에도 진행된다. 해가 길어진 계절에는 노을과 야간 경관을 함께 즐길 수 있어 방문객들의 만족감도 높아지고 있다.
안성의 자연경관과 문화·역사적 가치를 함께 품은 복합 휴식 공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시민과 관광객들이 사계절 내내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산책과 휴식은 물론 가족 단위 나들이와 문화 체험까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과 편의시설이 꾸준히 보완된다면, 일상 속 쉼터이자 안성 대표 친수공간으로 더욱 큰 사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경기신문 = 정성우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