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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의 언제나 영화처럼] 유튜브 채널이 할리우드 메이저 공포영화가 되다

‘백룸’ – 감독 케인 파슨스

 

2005년생 유튜버 케인 파슨스가 만든 ‘백룸’은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작품이다. 영화 내용이 이해가 안 간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이런 비틀린 서사를 스무 살 갓 넘은 이가 쓸 수는 없다, 다른 누가 뒤에 있는 게 아닐까, 싶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제작진 구성을 뒤져 보게 된다. 일단 프로듀서로 참여한 인물 중 제임스 완이 눈에 띈다. ‘쏘우’ 확장판, ‘컨저링’ ‘인시디어스’ 등을 만든 공포영화 전문가이다. 그의 2021년 영화 ‘말리그넌트’는 케인 파슨스의 ‘백룸’과 콘셉트가 비슷하다. 다만 내 안에 다른 내가 있는 것의 실체가 다르다. ‘말리그넌트’가 실제로 한 사람의 몸 안에 두 개의 육신이 들어 있는 얘기라면 (마치 샴쌍둥이가 신체 외부와 내부로 나뉘어 있듯이) ‘백룸’은 그 둘의 존재가 심리적이고 정신적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백룸’은 어려운 얘기인 듯 사실은 미스터리 공포영화가 줄곧 다뤄왔던 얘기이다. 제임스 완만 있느냐, 여기에 로베르토 파티노 같은 TV 프로듀서 이름도 제작진에 올라 있다. 그는 윌 수딕의 각본 작업에 깊이 관여한 듯이 보인다. 파티노는 ‘썬즈 오브 아나키’나 ‘웨스트 월드’처럼 탄탄한 드라마와 차별화된 SF 공포 이야기를 오갈 줄 아는 인물이다.

 

이 모든 것은 미국에서 비교적 저예산의 제작비로 차별화된 독립영화와 예술상업영화를 만들되 그것을 할리우드 기법으로 전개하는 배급사 A24(‘미나리’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패스트 라이브즈’ 등)가 맡았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 생소한 유튜브 세계관의 작품을 기성 영화적 서사로 탈바꿈시키기 어려웠을 것이다. 기존 영화는 전체 이야기의 프레임에 기승전결의 에피소드를 짠다. 유튜브 영화는 에피소드를 하나하나 만들어 가며 전체의 얼개를 짠다. 쉽게 말해서 쇼츠를 모아 이야기를 만든다. 이야기를 다 만든 후 쇼츠를 잘라서 보이는 방식이 아니다. 시작점이 다르다. 그렇기에 짧은 이야기, 해당 부분이 갖는 영상의 완성도에 치중한다. 종종 이런 방식이 ‘대박’을 친다. 케인 파슨스는 아마도 16세 때부터 그랬던 것으로 보이며 그게 그의 유튜브 채널 ‘케인 픽셀즈’의 ‘백룸 웹시리즈’였고 그걸 지켜보던 A24가 당시 17세였던 케인 파슨스와 계약을 맺고 콘텐츠 자체를 픽업해 이를 확장하는 영화의 기획, 연출, 제작에 개입했을 것이다. A24였기에 노르웨이 스타 레나테 레인스베나 스타급 배우 추이텔 에지오포 캐스팅도 가능했을 것이다.

 

 

‘백룸’은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 계열의 영화에 속하는 작품이다. 그 옛날 이 계열의 효시 격으로 불리는 ‘블레어 윗치’(1999)나 ‘파라노말 액티비티’(2009)를 생각하면 된다. ‘곡성’을 만든 나홍진 제작의 태국 영화 ‘랑종’(2021)도 같은 계열이고 순수 우리 영화 ‘마루이 비디오’(2023)가 원색적인 파운드 푸티지 영화였다. 파운드 푸티지 영화는 세상에 괴담과 기담이 많고, 이것의 원천을 밝힐 수 없는 상황에서 마침 그런 일을 기록한 영상이 우연히 발견됐다는 식의, 그런데 그걸 찍은 사람은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식의, 허구적 다큐, 페이크 다큐멘터리 구성의 작품들을 말한다. ‘블레어 윗치’ 콘셉트는 영화학도 세 명이 전설로만 내려오는 블레어 윗치에 대한 다큐를 찍으러 메릴랜드주 버키츠빌 숲에 들어갔다가 모두 실종된다는 이야기다. 나중에 이들이 찍은, 디지털카메라가 발견된다. 그 안에는 끔찍한(척 하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이번 ‘백룸’도 시작은 딱 그런 것이다.

 

약 5분 정도 길게 이어지는 ‘백룸’의 오프닝 시퀀스는 빈 건물 안에 미로처럼 돼 있는 어딘지 이상한 방과 복도들을 무언가(괴물이나 악마 혹은 살인자)에게 쫓기듯 뛰어다니는 누군가를 보여 준다. 전체가 시점 쇼트이다. 일인칭의 시점으로 대상(만)을 보여 준다. 영화 속의 누군가는 공포에 질려 방호복 속에서 가뿐 숨소리로 헉헉대며 쫓기고 도망치다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이며(그는 백룸 내부에서 통신 장치를 발견하고는 동료인 듯한 이들과 교신을 시도하나 응답을 얻지 못한다) 그 과정이 담긴 테이프가 나중에 발견된다는 콘셉트이다. 녹화된 시점은 1990년 6월이다.

 

 

백룸의 미로만큼 복잡해 보이는 ‘척’하는 이 영화의 서사를 얼기설기 정리하면 이렇다. 극 중 인물들은 신축 중인 건물 ‘크레스트 릿지 타워’ 주변에 살아가는 것으로 보이며 건축가를 꿈꿨으나 지금은 중고 가구점 ‘캡틴 클락의 오스만 제국’의 사장인 클락(추이텔 에지오포)은 정신적 노이로제 문제로 심리 치료사인 메리 클라인(레나테 레인스베)에게 정기적으로 상담받는다. 그는 운영하는 가구점이 경영난을 겪는 데다 (자신이 로스쿨 학비까지 지원했지만 결국 학업을 그만둔) 아내와도 이혼하고 (그는 자신이 집세를 내는 집까지 전처에게 빼앗기고 매장 쇼룸 침대에서 잔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메리는 그런 그와 역할극을 벌여 클락이 정신적 문제의 원인을 스스로 찾게 하려고 노력한다.

 

 

가게의 전기요금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나와 점검차 전기기사를 불렀다가 지하의 배전함에서 이상한 스위치를 발견한 클락은 전기장치가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나 뾰족한 답을 얻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그 지하층 벽에서 빛이 새어 나오는 것을 발견한다. 벽을 더듬거리던 그는 (유령처럼) 벽을 통과해 그 벽 너머의 공간인 백룸(들)을 발견한다. 아무도 안 보인다. 그런데 누군가가 있다. 클락은 이 사실을 메리에게 얘기한다. 메리는 믿지 않는다. 클락은 조립식 주택에서 동거 중인 가게 직원 바비(핀 베넷)와 캣(루키타 맥스웰)에게 추가 임금을 주겠다며 백룸으로 끌고 들어간다. 바비는 클락의 홍보 동영상을 홈비디오로 찍곤 했기에 백룸의 상황을 비디오로 기록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셋 모두 없어진다. 상담 때 보인 클락의 비정상적인 행동을 미심쩍어하던 메리는 그의 마지막 음성 메시지(자신은 못 돌아간다는)를 듣고는 그를 찾아 가구점에 갔다가 지하에서 역시 이상한 문(정확하게는 벽에 그린 문 표시)을 발견하게 되고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메리는 거기서 클락과 만나게 되는데 그는 그녀를 의자에 묶어 놓고는 자신을 변호한다. 하지만 메리는 클락의 말에 반박한다.

 

 

한편 메리는 어린 시절 살았던 엄마의 집이 헐리고 거기에 대규모 상업시설 건물인 크레스트 릿지 타워가 들어서는 것을 지켜본다. 이 건물은 반복적으로 나오는데 그 과정에서 철거된 자기 집 때문에 엄마인 노라(크리스타 코소넨)가 피해망상에 시달렸고(그녀는 집 유리창을 신문 조각으로 다 가려놓고 살며 외부의 공격, 철거에 저항한다) 결국 정신병원에 갇힌 것으로 추측된다. 백룸에서 만난 클락은 목각인형처럼 보이는 거인 선장(캡틴 클락의 괴물 버전)에게 잡아 먹힌다. 구석에 앉아 있던 얼굴이 일그러진(몇 개의 단면으로 쪼개진) 여자는 그 과정에서 도망친다. 백룸이 열리고 구출된 메리는 어딘 가에 억류된다. 필이라는 남자는 메리에게 에이싱크 연구소가 MRI 기술을 연구하던 중 우연히 백룸을 발견했다고 하면서, ‘좀 더 안을 자세하게 살펴보고 싶다’고 말한다. 메리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자, 이쯤 되면 이 영화가 이야기하려는 바가 무엇이며 극 중 화자의 실체는 무엇이고, 누가 환상 속의 인물인지, 누가 현실의 인물인지가 구별이 될 것이다. 이 모든 일은 누군가의 머릿속 회로에서 벌어진 일로 가구점 안 백룸의 미로에서 벌어진 일과 같은 것일 수도 있고 왜곡에 왜곡을 거듭한 것일 수도 있다. 클락의 트라우마가 자신의 실패한 인생이 ‘가구탑’으로 재현되는 지하 1층 상황이었다면 이제 메리의 트라우마는 지하 몇 층인지도 모르게 끝도 없이 추락하는 ‘폐쇄된 집’으로 그녀를 가둔다. 몸속을 스캔하던 MRI가 이제는 심리를 스캔해 공간으로 찍어낸다는 이야기인데, 한 인간이 자신의 머릿속에 담고 사는 트라우마와 수많은 병적 징후가 MRI 같은 기계로 과연 판독해낼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질문이 생긴다. 어쩌면 영화 ‘백룸’은 바로 그 점을 짚으려 한 것인지도 모른다. 근데 이런 얘기가 현실을 살아가면서 얼마나 유용해? 라고 묻는다면 그’따위’ 질문은 케인 파슨스 같은 감독에게는 ‘저리 꺼져!’에 해당하는 것이다. 케인 같은 새로운 세대는 게임의 세계관을 통한 현실 세계의 해석이 익숙하다. 현실 세계의 빈틈은 그저 ‘버그’ 현상이라 하면 그만이다. 더 이상의 의미 부여는 필요치 않다. 세상이 달라졌으며 세대가 바뀌었다. 영화 ‘백룸’은 유튜브가 영화예술로 진화하고 있는 과정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지난 5월 27일에 개봉했고 6월 7일 현재 731,838명을 모으며 흥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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