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23 (목)

  • 흐림동두천 25.0℃
  • 흐림강릉 26.3℃
  • 서울 25.7℃
  • 흐림대전 25.5℃
  • 맑음대구 25.7℃
  • 맑음울산 25.2℃
  • 맑음광주 27.3℃
  • 맑음부산 25.9℃
  • 맑음고창 26.8℃
  • 맑음제주 27.3℃
  • 흐림강화 26.0℃
  • 흐림보은 23.9℃
  • 맑음금산 25.3℃
  • 맑음강진군 26.2℃
  • 맑음경주시 23.9℃
  • 맑음거제 26.7℃
기상청 제공

[사설] 장동혁 대표 ‘전국재선거’ 주장, 유권자는 황당하다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성찰에 집중하길 바란다

  • 등록 2026.06.12 06:00:00
  • 15면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대한민국 헌정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행정적 참사다. 유권자가 투표소에 가고도 용지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결국 참정권을 온전히 행사하지 못한 사태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국회의 철저한 국정조사와 사법당국의 수사, 그리고 선관위 수뇌부에 대한 엄중한 문책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바로 세우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러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이러한 선관위의 치명적인 행정 부실을 빌미로 ‘전국 전면 재선거’라는 극단적 카드를 꺼내 들고, 한 걸음 더 나아가 황당한 부정선거 음모론까지 다시 꺼내 들고 나왔다. 장 대표가 내세운 ‘전국 전면 재선거’ 주장은 어떠한 법률적 근거도 없는 궤변이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224조 등에 명시된 선거무효나 재선거의 요건은 ‘선거 과정에 위법이 존재’하고, 그 위법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되는 때’에 한하여 대법원의 판결을 통해 매우 제한적으로 인정된다. 비록 선관위의 무능과 준비 부족으로 일부 투표소에서 극심한 혼란이 발생했을지언정, 이를 이유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전국 수천 개 지자체의 선거 전체를 무효로 돌리자는 법적 조항은 대한민국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법조인 출신이자 당내 5선 중진인 권영세 의원조차 “사법부의 구체적인 선거무효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전면 재선거를 당의 공식 목표로 제시하는 것은 공당으로서 극히 부적절한 처사”라며 강하게 선을 그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논리적 관점에서도 장 대표의 발언은 합리성을 상실한 모순과 궤변으로 가득 차 있다. 장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특정 지역의 사전투표 득표율과 본투표 득표율 추이가 일치할 확률은 수학적으로 5억 9천만분의 1에 불과하다”며 전형적인 기획형 부정선거 음모론의 군불도 지폈다. 이에 대해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확률을 정치적 무기로 빼 들었으면, 극우 유튜버들의 대본을 베낄 것이 아니라 그 산식과 통계적 전제부터 대중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라”며 일침을 가했다. 이 대표의 지적대로 검증되지 않은 수치를 무책임하게 던지는 행태는 “과학적 사고를 완전히 포기한 주술적 정치이자,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유튜브 알고리즘 수준의 선동”에 지나지 않는다. 합리적 보수는 사실과 데이터에 기반해야 함에도, 당 대표라는 이가 명확한 물증 없이 의혹만을 부풀리며 극우 지지층의 맹목적인 분노를 자극하는 것은 보수 정당의 질적 타락을 자초하는 행위다.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한 당내 광역단체장과 상식적인 정치인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선 이유도 명확하다. 수천, 수만 표 차이로 민심의 향배가 갈린 전체 선거 결과를 일부 투표소의 행정적 착오와 불찰을 빌미로 통째로 뒤집겠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가교이자 대원칙인 ‘선거 승복’과 ‘체제 안정성’의 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위험천만한 발상이기 때문이다. 

 

결국 판사 출신인 장동혁 대표가 이토록 무리한 음모론과 전면 재선거 주장에 사활을 거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것이 정가의 공통된 분석이다. 6·3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당 안팎의 매서운 책임론을 외부의 거대한 정적(政敵) 프레임으로 돌려, 사퇴 압박과 정치적 고립을 차단하려는 정치공학적 방책이라는 것이다. 당초 ‘과반 확보’를 호언장담했던 보수 진영의 광역단체장이 기존 12명에서 단 4명으로 급감하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 든 상황에서, 지도부 무용론과 심판론을 가리기 위해 가장 자극적이고 폭발력 있는 ‘부정선거’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정가의 분석은 지극히 타당하다. 패배의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쇄신하는 고통스러운 과정 대신, 극우 지지층의 결집력이 가장 강한 음모론의 그늘에 숨어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려는 얄팍한 꼼수다.

 

장 대표는 민주주의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천만한 정치 쇼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황당한 궤변을 철회하고 선거 결과에 겸허히 승복하는 책임 있는 공당 대표의 자세를 보여주는 것만이, 파국으로 치닫는 보수 정당을 구하고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정치적 명예를 지키는 길이다.









COVER STORY